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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커서 뭐가 될 거야?

2013. 6월

by JJ

2013 6. 11

“아빠는 커서 뭐가 될 거야?”


여섯 살 딸이 내게 물었다.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했지만 잠시 고민 끝에 대답했다.


“아빠는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 연습을 열심히 해서 작가가 되고 싶어”


잠깐 동안이었지만 고민해서 대답한 나의 말은 안중에도 없고 딸은 자기 이야기를 급하게 시작했다.


“아빠 난 커서 경찰이 될 거야. 그래서 나쁜 사람들 혼내주고 착한 사람들은 도와줄 거야”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경찰. 내 딸도 그렇게 평범하게 자라고 있다. 평범하다는 것은 감사한 것이다. 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뭐가 되고 싶었더라......’


딸아, 아빠는 다 컸고 늙고 있는 중이란다.


2013. 6. 15

요즘 딸은 세 살 된 동생에게 자기가 밥을 먹이겠다며 난리를 피운다. 밥을 흘리고 동생과 장난을 칠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하고 싶어 해서 허락해 주었다. 아이들에게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놀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신문지를 찢는 것도 놀이고 베개를 집어던지는 것도 놀이가 될 수 있다. 밥주걱 하나로도 반나절을 충분히 놀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이다. 학습놀이는 진정한 놀이가 아니라고 한다.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놀이나 자석 스티커로 한글놀이 하는 것은 진정한 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진정한 놀이란 구슬치기, 딱지치기, 고무줄, 망까기처럼 단순한 것이라고 한다. 어른도 그러한 놀이가 있을까? 어른은 무엇으로 재미를 느낄까? 어른도 놀이를 찾아야 한다.


2013. 6. 19

좋은 책을 읽거나 훌륭한 멘토를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거나 좌우지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 TV 프로에서 연예인이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


“저는 다른 멤버들보다 춤도 노래도 재능도 모든 게 부족해서 힘듭니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고민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쉽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멘토가 이런 대답을 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시간에 노래 한곡을 더 연습하고 춤동작 한 번을 더 반복하세요. 고민만 하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역사는 햄릿보다 돈키호테에 의해서 바뀌었다고 하지 않던가? 행동이 먼저다. 고민하고 스트레스받고 있을 시간이 없다.


2013. 6. 25

아빠가 아이와 놀아준다는 것은 단순히 놀이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한다. 아빠의 놀이는 아이의 지능과 창의력 그리고 사회성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놀아줘야겠다. 놀이를 통해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고 지혜도 터득한다고 하니 노는 것을 단순히 노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듯싶다.


새벽에 아들의 기침소리에 잠을 깼다. 밤새도록 기침을 한다. 이번에 후두염이다. 한참 동안 아들과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서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2013. 6. 27

고단한 하루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목적이 있고 목표가 있어 버티고 있는데 이 방법이 옳은 것 인지 확신이 없다. 내가 처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딸도 아들도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 감사하다. 아이들이 조금씩 크니 아내도 생활에 활력을 찾고 있는 듯하다.


2013. 6. 30

가끔 아내에게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미안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도 변명을 하자면 “원인 없는 결과 없다”라는 생각이다. 내가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고 상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내보다 훨씬 더 부족한 점이 많을 수 있다. 잘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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