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고
오랜만에 괜찮은 드라마를 봤다. 30년 만의 본방시청이다. JTBC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다. 접신한 듯한 류승룡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고 대체로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하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대기업 김 부장은 상위 1%라며 다 갖은 사람을 미화하는 것이라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본질은 그게 아니다. 수십조 원의 재산을 가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힘든 일이 없겠는가?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다. 나 같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부장보다는 형편이 낳겠지만 저마다의 힘든 일들이 있다.
요즘 나를 돌아보고 우리들의 김 부장을 돌아보게 된다. 김 부장은 회사에서만의 김 부장이 아니다.
우리들의 아버지고 남편이고 형이고 동생이다. 중소기업의 부장들은 더 힘이 없고, 더 돈이 없고, 인맥도 없고, 퇴직금도 적고 월급도 적다.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 사업을 하는 친구도, 교직이나 공직에 있는 친구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이야기다.
수십 년 전의 이대리는 지금 이 부장이 되었다. 정년과 퇴직의 부담감, 젊은 직원들과의 괴리감, 소외감. 이 대리 때는 그런 상상을 하지 못했다. 사람이 언젠가는 죽는 것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퇴사한다. 경제적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아가 자유로워야 한다. 나답게 살아야 한다.
대기업 김 부장은 퇴사하고 형의 카센터에서 세차를 하는데, 중소기업 이 부장은 퇴사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우리 형은 하늘나라에 계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