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일본어]dokata[土方]) : 막일, 막일꾼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오늘은 노가다를 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에 난방기구 하나 없이 핫팩에 의지하며 8시간을 작업했다. 입김이 서리는 것은 물론이고 마스크를 쓰고 방한화를 신어도 얼굴이 시리고, 발이 시리다.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사무실로 복귀를 하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확끈거리기 시작했다. 추위에 떨어서인지 목과 어깨도 아팠다. 따뜻한 사무실은 너무 좋았다. 천국이 따로 없다.
노가다에도 급수가 있는데 오늘처럼 창고에서 박스를 나르거나 포장을 하는 일은 그 업계에서 쳐주지도 않는다. 급수로 따지면 C급정도 되는 편한 노가다에 속한다. 벽돌이나 시멘트 좀 나르고 철근 정도 만져줘야 진정한 노가다인이라 말할 수 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나니, 집의 소중함과 따뜻한 밥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데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며칠간 노가다를 해 볼 것을 추천한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즉시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 함께 일을 했던 김 부장은 최종학력이 박사다. 공부 좀 한다는 사람이 다닌다는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지게차 운전을 가장 잘한다. 얼마 전까지 경력 10년 차의 외국인이 서열 1위였는데 그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김박사가 1위로 등극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게차의 신"이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는데 이혼을 했다. 아내와 아이는 미국에서 생활 중이고 그는 한국에서 어머님과 살고 있다. 5년 동안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지게차를 운전하기에는 아까운 재원이다. 특정 직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그가 갖고 있는 능력이 있는데 전문 지식들을 썩히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측은지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는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나도 지게차 운전 실력이 꽤 늘었다. 어지간한 물건을 운반하거나 적재하는 일은 즐기면서 한다. 지천명쯤 되면 웬만한 사연(story)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가끔 힘들지 않으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원해서 하는 일은 힘들지 않다. 힘들다고 생각하며 일하니까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힘들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일은 세상에 없다.
20대 때는 훗날에 내가 지게차를 운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위(自慰) 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 회사 생활도 나쁘지 않다. 정직한 노동이고 군더더기 없는 일이다. 실리와 이익만 생각하는 비즈니스 소굴보다 낫다. 광고주의 요구에 맞추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생산해야 하는 일보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일들이 더 좋다. 아니 "더 좋다"라는 말보다는 "어울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
허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가오다시를 잡을 필요 없다. 그리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나는 늙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나는 저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나는 병들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이다. 나머지는 신의 몫이다.
김박사도 몇 년 후 집 근처에 조그마한 바(bar)를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 그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큼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다.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충무로에서 일할 때는 건물주 할머니가 매일 파지를 주우러 다니는 것도 봤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種)이 살아남듯이 인생도 비슷하다. 살아남는 놈이 승자다. 중요한 것은 지게차를 모느냐 벤츠를 모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지금까지 살아본 자의 확신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다. 무엇으로 웃을까에 대한 것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