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철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동양철학과 서양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특히 철학시간에는 딴짓을 하거나 잠을 자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나는 철학 시간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물론 그때 철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대부분은 지금도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
서양 철학자 중에 칸트를 좋아했는데, 칸트는 나와 비슷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나도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으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종의 루틴인 것 같다. 그리고 한 곳에 오래 살면서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는 습성도 비슷하다. 서울에서 50년 살면서 동선에 큰 변화가 없다.
경쟁해서 이기는 이야기, 복잡한 인간관계 해결하는 이야기, 공부 잘하는 법, 성공하는 법 이런 이야기들은 차고 넘친다. 너무 많아서 선택이 힘들 정도니 나까지 굳이 그런 이야기를 짜깁기해서 글을 올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고 싶지 않다.
신도 모든 인간을 충족시킬 수는 없듯이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글은 없다. 살며, 사랑하면서 느꼈던 것들, 경험했던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좋은 집과 차를 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집과 차 산 돈을 갚는데 일생을 바치며 허덕이고 싶지 않다.
명예나 감투에 열을 올리며 살고 싶지도 않다. 철학자 칸트가 죽을 때 남긴 유언은 딱 세 글자였다고 한다.
그의 유언은 바로
"아! 좋다" 였다
죽을 때 마지막으로 이 한 마디를 하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위대한 철학자답다. "아! 좋다"까지는 아니어도 "잘 살다 갑니다"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이 말을 할 자신이 없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