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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Mar 17. 2024

17년째 오픈런

사는게 뭔지

평온한 토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며칠 전부터 딸이 귀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아내는 새로 옮긴 직장에 적응하느라 힘이 든가 보다. 내가 오픈런하지 않으면 모녀는 점심때까지 곤히 잠을 잘 것이다. 1등으로 예약을 하고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샀다. 이런저런 커피를 마셔봤지만 내 입맛엔 편의점 스타벅스가 맞는 것 같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나도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아내의 마음도 이해한다. 이들이 어릴 때는 열심히 육아를 하려고 책도 읽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 학교"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아버지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육아와 훈육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중,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차원이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부모들이 따라갈 수가 없다. 매일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서 부모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보다. 아이들이 내 마음처럼 자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것이다. 아이들도 아이들의 인생이 있는 것인데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다 좋다고 할 수도 없고 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아내는 결혼 후 1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얼마 전 취업을 했다. 17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동굴 속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하려니 힘든가 보다. 힘들어도 아이들 학원 보낸다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는데 아이들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얼마 전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드디어 폭발했다. 아내는 울부짖으며 딸에게 공부하라고 소리쳤다. 이것이 무슨 난리이고 비극인가? 딸도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열심히 학교 생활하고 성실히 학원에 가고 있는데 엄마가 보기엔 부족한 것이다.


1등은 아니지그 정도면 괜찮아 보이는데 아내의 기준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가 보다. 딸은 감기와 중이염 때문에 컨디션도 안 좋은데 나무라는 엄마가 야속하다. 아내와 딸의 눈치를 보다가 어찌  할 바를 몰라 도망치려 했으나 밤이라 갈 때도 없다. 


말로만 듣던 아이들과의 전쟁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말도 맞고 딸의 말도 맞다. 예전에는 일방적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아이들의 판단을  응원해 주었지만 요즘은 갈등이 생긴다. 내가 삶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건 아니지만 다 하기 싫은 것은 문제가 있다.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야 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훈련과 노력 없이 사회에 나가면 본인만 더 힘들어진다. 영, 유아기 때의 훈육과 양육이 객관식 문제를 푸는 수준이었다면, 청소년이 된 지금은 논술문제을 풀어야 하는 기분이다.


문항수는 줄었는데 난이도가 높아졌다. 많이 생각하고  응용을 해야한다. 솔직히 정답은 나도 모른다. 절규하듯이 딸에게 학원을 가라고 애원하는 아내의 모습에 놀랐고 그런 애원에도 학원을 가지 않는 딸에게도 놀랐다.


측근 중 한 엄마는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딸을 억지로 차에 태워 학원 앞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끝내는 학원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슬픈 얘기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보내는 것이 옳은지,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살다 보면 하기 싫은 것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강요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야 다. 아이들이 어렸을  항상육아일기의 끝은 "애 키우기 쉽지 않다" 였는데 지금은 단어 하나만 바뀌고 똑같다.


"자식 키우기 쉽지 않다."



1992년 이무송 "사는 게 뭔지" 리믹스

정말 불후의 명곡이다.

https://youtube.com/watch?v=py7__IxN23M&si=CRTJlVBTIc11ae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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