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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24. 2024

결국 관계의 문제

직관(直觀)

딸이 초등학교 1학년때로 기억이 된다. 늦가을 무렵 가족 나들이를 갔다. 외투를 입기엔 덥고, 벗기엔 쌀쌀한 날씨다. 아내는 딸에게 외투를 입혀서 공원에 입장시키려고 했고 딸은 외투를 입지 않겠다며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며 급기하 싸움으로까지 이어져 내가 중재에 나섰다. 나는 딸이 원하는 데로 외투를 입히지 말고 들어가자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아내와 대판 싸우고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유사한 일들은 그동안 살면서 종종 발생했다.


아내도 딸도 설득할 수 없었다. 내 능력 밖이었다. 상황을 종료를 시키려면 아내를 설득하는 편이 낳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그것이 못마땅하고 서운했던 것이다. 그날 나는 직관적으로 느낄 있었다. 앞으로 딸과 아내는 성향의 차이로 크고 작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이런 예감은 틀려도 되는데 말이다.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비슷한 배틀이 발생한다. 단순히 엄마와 딸이 티격태격하는 것이라고 보기엔 성향차이가 너무 크다. 물론 세대차도 있다. 이 성향으로 인한 갈등은 한 사람이 포기하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반복이 될 것이다.


부부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성향이 극명하게 다르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고 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제 딸과 아내가 대화하는 몇 마디만 들으면 큰 싸움(?)으로 이어질 것인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갈등 없이 살려고 하는 것보다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연구를 하는 편이 낳을 수도 있다.


싸움이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빠른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미 감정이 격해지면 싸움을 막을 수 없다. 아내 편을 들며 딸에게 일방적으로 부모를 공경하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딸도 잘못된 부분은 혼을 내지만 아내가 과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의 문제


사이가 좋아야 한다. 모든 것은 관계의 문제이다. 관계가 좋으면 성향이 맞지 않아도 어지간한 건 다 극복이 된다. 관계가 좋으면 성향이 다른 것도 좋아 보이고 이뻐 보인다. 관계는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노력을 하면 나빴던 관계도 좋게 변하기도 한다.


관계가 나빠지지 않기 위해, 사랑이 식지 않기 위해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니기에 매일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관계가 일방적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100% 케어를 해야 한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부모의 손아귀에 아이들의 생사가 달려있다. 부모가 슈퍼갑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아이들도 이성이 생기고 자아가 생기면서 부모와 생각의 차이가 생긴다.


당연히 갈등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부모는 대비해야 한다. 아이가 항상 초등학생이 아닌 것이다. 쵸코렛이나 사탕으로 달래는 시기는 지나갔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돈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매수하거나 협박해도 안된다. 전략적으로 아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연애를 할 때도, 부모 자식 간에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물리적인 것은 한계가 있다. 관계를 무시하면 나중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연인은 사이가 나빠지면 헤어지면 되고, 타인(他人)은 싫으면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가족은 다르다. 매일 봐야 하고 수십 년을 봐야 한다. 그래서 더 사이가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곳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저 상황은 아내가 더 양보를 하고, 아내가 이해를 해야 하는 상황 같은데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서운해했고 상처도 받았다고 했다. 본인 편을 들어 달라고 해서 실제로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아내는 내가 항상 아이들 편만 들어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아내 편을 든답시고 딸을 혼내 보기도 했다. 어릴 때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딸의 감정만 상하게 되었다. 결국 딸에 대한 미안함만 커지고 자괴감만 생겼다. 아내는 나에게 위로를 받았았겠지만 딸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언어의 품격", "기막힌 말솜씨"라는 책이 있다. 말만 이쁘게 하는 연습을 해도 절대 상처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말을 좋게 하라. 모든 인간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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