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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20. 2024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흐림

가을이 절정이다.

북한산에 다녀왔다. 가을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해서 가을산에 가는 날은 수지맞은 날이다.


혼자 가는 산행은 자유롭지만 쓸쓸할 때도 있다. 오늘은 가장 친한 동생과 함께 산에 가서 즐거움이 더 했다.

천천히 산행을 하며 온몸으로 가을을 느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색깔이 바뀐 나뭇잎, 편의점 김밥, 편의점 커피, 북한산 앞에서 산채비빔밥, 열무국수. 하산 후 낙지볶음, 도토리묵, 막걸리 모두가 좋았다. 요리 명장이 운영하는 식당의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

좋아하는 계절에, 좋아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날.


이 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최고의 행복감.


완벽한 나들이, 완벽한 여행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행은 좋았으나 차가 많이 막혔다던가, 맛집은 훌륭했는데 여행지가 생각보다 별로였다던가, 여행지도 좋고 맛집도 훌륭했는데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던가,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심하게 떼를 쓴다던가......  


우리를 괴롭히는 변수들이 생각보다 많다. 100% 완벽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운도 따라야 한다.


왜 즐거운가?

좋은 사람과 좋은 것을 함께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다. 너무도 간단하고 뻔하고 시시한 진리다. 그게 행복의 전부다. 집안에서 가사에 전념하고 있는 아내에게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좋은 것을 보고 먹고 때면 나중에 마누라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들을 사랑한다는 방증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데로 그들만의 뻔하고 시시한 즐거움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찾아서 고단한 일상에서 틈새를 이용한 행복감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행복을 누가 알려주는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딸에게 토스로 만원을 입금시켜 주었다. 시험이 끝나서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간 모양이다. 어른들에게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커피 한 잔값의 돈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생명수와 같은 만원 일 수도 있다.


돈의 의미와 가치는 그렇게 모두에게 다르다. 돈을 벌려고만 용쓰지 말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더 고민을 해야 한다. 아내도 딸도 아들도 그렇게 시시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찾고 깨달아야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다. 나도 그것을 찾으려고 꾸준히 애쓴다.


업데이트시켜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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