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피아노 에세이
에필로그
"메모해라" "짧게라도 일기를 써라."
유학 길에 오른 뒤 10년간 부모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무엇이 그렇게 바빴던지 해마다 다짐하고 무너지기를 반복.
결국 아쉽게도 긴 유학 생활 끝에 일기장은 한 권도 남기지 못했다.
문득 핑계 같은 새로운 생각이 꿈틀댔다.
'잊을 수 없는 짙은 기억은 나에게 여전히 남아있지 않은가?'
언젠가 정말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기억을 더듬어 에세이를 한번 써보자.
그렇게 해서 올해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도 안 쓰던 내가 무려 기억을 더듬어 '거꾸로 써나가는 에세이'를.
피아노를 시작하면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피아니스트를 꿈꿔 왔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협연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고, 성공해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꿈을 키워왔다.
'성공하면 언젠가는 나도 한 권쯤 내 이야기로 책도 낼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왔었던 것 같다.
원하고 상상했던 만큼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지만 그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꿈을 가진 조금 평범한 사람들도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값진 사실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음과 같다.
사람은 누구나 유일무이한 존재다.
꼭 최고가 아니더라도 내 장점을 살려 얼마든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앞으로 이어가는 나의 이야기가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