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어른을 위한 ~ "달구지에 실은 동화책"

제 1편 : 슬픈 동창회

by 권길주

미숙이와 영순이는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올해로 나이도 환갑이 되었구요.

그런데 그 둘은 이번 가을 동창회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들을 먼저 세상에서 떠나 보냈기 때문에 그 슬픔을 서로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였습니다.

미숙이는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하던 해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33년이 지났어도 그 아픔을 지우지 못했고, 영순이는 3년전에 아들이 서른 살이 되었을때, 아들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그만 물에 빠져서 세상을 등진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번 동창회에서 오랜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을 읽고 오래 오래 껴안고 울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눈물 바다를 보이자, 처음엔 위로하던 남자 동창들이 술자리에서 울면 재수 없다며 그만 울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였습니다. 미숙이는 영순이를 더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 그 동창회 자리를 떠나

근처의 조용한 카페로 두사람만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숙아 너는 그 사랑스런 아들을 보내고 어떻게 이렇게 오래 동안 견디고 살았니? 네 아들은 그때 초등학교 막 입학 했었잖아, 너무 귀엽고 잘 생겼었는데, 나도 봤잖아."

"그럼 우리 아들이 그때 입학한 초등학교에서 제일 잘생겼더나 내 눈에는.....

그런데 그 아들은 내게는 거기까지만 내 아들이였나봐, 초등학교 1학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가 매일

쪽쪽 빨구 다녔거든. 내 아들이지만 너무 이쁘고 잘생기구 똑똑하고 ....훌쩍 훌쩍"

미숙은 33년 전에 죽은 아들이 지금도 자기 앞에 살아 있는 듯이 그 얼굴에 뽀뽀를 하듯이 정신이 혼미한

사람처럼 아들 볼에 뽀뽀를 하는 시늉을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런 네 어린 아들이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천국을 간 것이 지금도 꿈만 같지."

"그럼 그렇고 말고 엊그제 꾼 꿈 같다니까, 내 아들이 아침에 학교에 갔는데 집에 안 온지가 33년이 지났는데, 난 아직도 점심 시간만 지나면 우리 그 잘나고 이쁜 내 새끼가 금방 엄마 하고 소리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올거 같아서 현관앞에 서 있을때가 많아."

영순은 미숙의 그 말에 눈물이 또 왈칵하고 쏟아집니다.


영순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미숙의 손을 잡고 말을 이어갑니다.

"미숙아 나는 자식이 죽으면 하늘을 못보고 산다는 말이 뭔지를 알았어.

난 우리 아들 현이가 죽고 나서 3년 동안 한번도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 보질 못하고 살았어.

내가 너무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숙이 영순의 깡마른 등허리를 살살 두드리며 어깨를 토닥였다.

"그랬구나, 그러지마 영순아 괜찮아, 하늘을 보고 하나님께 너도 소리쳐봐. 도대체 내 다 큰 아들 이제 장가도 가야 하는데 왜 데려갔냐구. 네가 죄인이라서 네 신이 아들을 데려가신 건 아니니까."

"미숙아, 모르잖아. 내가 알고도 지은 죄, 모르고도 지은 죄 때문에 내 아들을 만약에 신이 데려가셨다면

이 에미가 얼마나 부끄러운 죄인이겠니, 그래서 나는 하늘을 못쳐다봐 아직도...."


미숙은 영순의 마음이 백번, 천번 이해가 갔다. 그도 그랬으니까.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미숙은 미친여자처럼 몇년을 살았으니까,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그녀도 하늘도 땅도 쳐다보지도 않고 방안에서만 몇 년을 누워서만 살았으니까.


"나는 미숙아, 이제는 그대신 밤에 잘 때는 우리 아들 어렸을때 내가 자장가 불러주던 때처럼 서른 넘은 우리 아들 천국에서 잠 못잘까봐 토닥토닥 가슴도 만져주고, 등도 두드려주면서 자장가를 불러줘.

한참을 아들한테 이 말 저 말 하루 동안 있었던 일도 얘기 해주고 그러다가 자장가를 부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 그렇치 않으면 난 한 숨도 잠을 잘 수가 없어."


미숙은 또 영순의 왕눈물이 쏟아지는 볼을 쓰다듬어 주며 이제는 늙어가는 친구가 이 시련을 잘 견딜지 걱정이 되서 다시 또 어깨를 부둥켜 안고 서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깔끔한 카페에는 손님이 몇 명이 있었는데, 나이든 아줌마 둘이 서로 울면서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안 좋은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카페 카운터에서 알바를 하던 젊은 학생들도 인상을 지푸렸습니다.


미숙은 그런 사람을 보자, 초등학교 동창들도 깊이 공감해 주지 않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어찌 이 낮선 사람들이 알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영순에게 자기 집에 가자고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미숙은 오늘 하루 만이라도 영순이 실컷 자기와 함께 울고 가길 바랬던 것입니다.


"괜찮아, 난 이제는 우리 아들하고 같이 아직도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

내 신랑도 날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갔고, 난 이렇게 혼자 살게 되었지만,

천국에 있는 내 아들은 영원히 날 버리지 않잖니.

그래서 난 행복해, 이제는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가 감사할 뿐이야.

너도 어린 아들 죽고, 33년을 더 살아서 이렇게 내 옆도 있을 수 있는 것 처럼

나도 이제는 네 옆에서 너를 더 이해하고 더 좋은 친구로 80까지 살지 어떻게 알겠니"


미숙과 영순은 세련된 도시의 카페를 나와서 나즈막한 언덕이 있는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프라타너스 나무와 참나무, 은행나무들이 가을의 전설처럼 그렇게 황홀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오솔길을 걷다 보니 둘은 아주 오랬동안 서로의 손을 잡고도 놓치 않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걷고 있었습니다.


"영순아,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잖니, 우리는 아들 잃어버지 않았어.

네 아들도 내 아들도 다 우리 엄마들 가슴 속에 깊이 깊이 묻혀서 그 녀석들이

오늘도 이 엄마들을 토닥거려주는거 같지 않니.

그런 마음에 확신이 드는 날에는 나도 그 어렸던 내 아들이 장성한 아들로 보여서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몰라."


영순은 미숙의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이혼하고 떠난 남편은 다른 젊은 여자와 산다고 하니 그날로 하나도 그립지가 않았지만,

아들은 떠난지가 3년이나 지났어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슬프긴 해도,

마음 한켠으로는 멀리서 오는 딸을 위해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리던 친청 엄마의 품처럼

영원한 사랑으로 아들이 자신의 가슴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무슨 기적 같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은 떠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잊지 않고 지켜주는 것이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영순은 생각을 했다.


영순과 미숙은 그날 서로의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아들들을 품에 꼭 안고 가을날의

오솔길을 걸었다.

그리고 하루 하루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해서 더 그리운 그 자식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듯이 그렇게 자신의 마음 속에 한 자 한 자 평생을 써 나갈 것을

또 그 둘은 알고 있었다.


다른 동창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깊은 슬픔이였지만,

오솔길에 떨어지는 낙엽이 아름답듯이

인생에는 떨어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대지 위의 흙처럼 보드라운 숨결로 다 쓸모 없어진 낙엽을 품어 주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그런 사랑이 바로 어머니의 영원한 사랑이란 것을 둘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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