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시 (연재)

4. 첫눈, 너를 다시 기억해

by 권길주

아무말 하지 않는 네 가슴에서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르륵 사르륵

열 일곱의 너는 벛꽃처럼 웃는데

네 가슴에서는

그 꽃이 진다.


보육원 아이들과 주일에 탁구대회를 하는데

한 소녀의 가슴에서

탁구공보다 더 큰 눈송이 같은 슬픔이 보였다.


너는 흰탁구공을 손으로 날세게 치더니

긴 머리칼 흔날리며

갑자기 푹 고꾸라지며 울기 시작했다.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내 무릎을 꺽는다.

뽀얀 얼굴의 도톰한 입가에 웃음이 찬란한데

지금 탁구공은 온 교인들이 열기로 하늘을 날라다니는데


너는 벛꽃보다 하얀 웃음을 탁구공에 날리며

콩콩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탁구공이 되어

너와 나의 슬픔을 치고,

받고,

다시 공을 치고 받고,

슬픔을 치고

받고,


며칠전 주일 오후는 그렇게 갔는데

나는 아직도 그날 네가 친 탁구공에

가슴을 맞고

네 눈물인지 .... 내 눈물인지 모를

따뜻한 물기 여기에 조금 남기고

첫눈이 내린 밤길을 혼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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