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었던 아침입니다. 반팔 잠옷도 춥게 느껴지고, 서재의 온도도 서늘하게 느껴져서 연신 팔을 쓸어내렸어요. 그러다 오늘은 좀 더 여유를 부려도 되는 날이라는 생각에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게으름을 부렸네요.
온라인 미팅을 10분 남겨두고 겨우 무거운 몸은 일으켜 앉았습니다. 추워서 그런지 아침 식사 전에는 마시지 않는 커피 생각이 나더라고요. 주방으로 가는 사이에 강아지가 다리 틈을 오가며 좀 만져달라 애교를 부렸지만 늦지 않게 미팅에 참석하려고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갔습니다.
익숙한 길을 가는 듯 수전에서 커피포트 입구 속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만하면 혼자 마실 커피 물 양이다 싶을 때 물을 끄고, 커피포트 스위치를 켰어요. 한 동안 원두를 사 와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했었는데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것 같아서(귀찮음이 시작돼서) 캡슐 커피의 세계로 들어갔었지요. 핸드드립에 비하면 간편하지만 맛은 좀 떨어지는 캡슐커피를 마시며 이만하면 됐다고 타협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캡슐이 딱 떨어진 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결국 100개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맛 대신 편리함을 선택한 것이 습관이 되었네요.
미팅은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만 결론을 내고 서로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으니 커피보다도 더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다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재미 이상이지요.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고, 내 상황이 그들의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잡담 속에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잡담의 가면을 쓰고 대화에 빠져들다 보면 대수롭지 않게 툭툭 내뱉다가 갑자기 확 낚아채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렇게 공감과 아이디어, 위로가 버무려진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글을 쓸 때도, 온라인 녹화를 할 때에도,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에도. 대부분은 혼자서 말하지 않고 하는 일들이라 정신적으로 허기가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사람이 참 소중해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으로 정서적 허기를 채우는 시간도 중요하거든요.
어디에선가 본 글인데 "돈은 파이프라인으로 채우고, 마음은 사람으로 채운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이 글을 봤을 당시에는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게 이 문장을 이야기했더니 다들 크게 공감하더라고요. 하지만 공감하는 만큼 누군가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만큼 큰 사람이 되지 못했고요. 그래도 가끔 옆에 있어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는 참 감사한 생각이 들어요.
한 문장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하고,
댓글 하나로 용기를 얻기도 하고,
"내가 그 마음 알지~" 하는 말 한마디로 울컥하기도 하니까요.
아침부터 마신 커피 덕분인지,
아침부터 나눈 잡담 덕분인지
오늘도 하루를 온전히 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