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고독의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그 말에 내가 마음을 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너는 나에게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그 애틋함에 내가 슬퍼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법을 배우고
미소 짓는 기술을 익힌다
너의 고독을 이해하지 않아도
나는 기꺼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고,
너의 아픔을 느끼지 못해도
나는 태연히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너에게 다가가고 싶다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네가 안아주길 원한다
하지만,
내 안의 욕망은
너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공감이란,
마음의 빈자리를 내어주는 일인데
나의 마음은,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제는,
너를 이해하며 나를 찾고 싶다
너의 슬픔을 헤아리며
나의 결핍을 들여다보고 싶다
공감이 사라진 시대에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멀리 두었을까
너와 내가 다시 마음을 마주하고
서로의 거리를 좁혀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