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삶의 밀도

Minimal, not empty. Full of joy

by Mira

태어나서 100년을 산다고 해도

과연 ‘나’로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타인의 시선, 기대, 평가를 넘어서

오롯이 내가 느끼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


현대인은 중세의 귀족보다 더 많은 물질적 축복 속에서 산다.

더워도 덥지 않고, 추워도 춥지 않게 해주는 기계들과

배가 고플 새도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들.

매달 쏟아져 나오는 신형 제품들 각종 스타일의 옷과 부엌살림들.


인류 역사상

평범한 인간이 이런 풍요를 누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자살률은 높아지고,

정신질환은 더 다양해지고,

마약으로 삶을 무너뜨리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걸까?


가만히 돌아보면

내 인생에도 ‘죽음’과 ‘사라짐’에 매혹됐던 시간이 있었다.

현실의 괴로움,

닿지 못한 이상에 대한 좌절,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무기력했던 날들.


생이 끝나지 않는 ‘입시의 늪’ 같고,

사회에서 영원히 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은 , 실업자의 공포에 짓눌렸던 시절도 있었다.


20~30대까지의 삶은

누군가가 정해준 기준과 성취에 웃고 울던 시간이었다.


40대가 되자, 질문이 쏟아졌다.

“이게 단가?”

“인생이 이게 전부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만 남은 시간.

그게 성큼 다가오니 허망했다.

더 근사한 무언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고 보니 ‘인생은 정말 이게 다였다.‘


게다가,

언제 닥칠지 모를 해고와 정년퇴직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인생이 참 별거 아니라고

허탈해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 시간들을 모아서,

‘퇴직 준비’를 해야 했다.


큰 성취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25년 일한 회사를 떠날 땐

‘멋지게’ 떠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정년 이후에도

돈 걱정 없이,

남이 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에 열정과 시간을 쏟고 싶었다.


질문은 점점 더 깊어졌다.

단순히 퇴직 이후의 삶을 넘어

노년의 시간,

그리고 ’ 죽음‘에 이르기까지 파도처럼 질문이 넘실거렸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심플한 삶’ 이란,

모든 걸 비우고 텅 빈 상태로 사는 게 아니다.


나는 내게 남아 있는 것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더 주목했다.


자산의 규모보다

**원활한 현금 흐름**을 선택했고,

무의미한 관계 대신

‘내면의 소리, 꿈과 무의식에 더 집중했다.


사교적인 다수의 관계보다

한두 명의 깊은 인연에 만족하며

정원을 가꾸듯 관계를 돌봤다.


연예인 가십은 차단하고

**역사의 흐름과 장면에 집중했다.**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나는 그 이야기엔,

인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들이 있다.


돈, 시간, 관계,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까지.

그 모든 것에서

‘의미 있는 것과 무용한 것을’ 나누고

중요한 것만 걸러내는 연습을 반복한다.


일상에서 신경을 긁는 사람,

자잘한 사건에는 ‘감정의 스위치’를 끈다.

그 네거티브한 에너지가 내 얼굴에,

내 표정에 남는 것이 싫어서.


나는 ‘감사하는 얼굴로 나이 들고 싶다.’

무력한 일상에 찌든 얼굴 대신에.

그런 얼굴과 표정은 성형외과의사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게 있는 것들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누리고,

온전히 나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

돈, 물건, 관계, 조건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남기는 단정한 삶**을

차분히, 또 단단히 이루고 싶다.


인생의 밀도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로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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