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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철 Sep 09. 2020

어느 별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지인이 타인이 되어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또 다른 인생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갈림길과 마주하게 된다.

두 갈래든 세 갈래든 아니면, 여러 갈래의 길이든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린다.

또, 강요든 자발적이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든, 결정의 순간이 오면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6.25 전쟁 중 지리산 아랫마을은, 밤에는 적군 낮에는 아군이 점령하고, 밤에는 인공기를 낮에는 태극기를 흔들어야 가족과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강요된 선택이 있었다.

냉전 구도 속에서 좌와 우 이분법적인 삶의 선택을 강요받았던, 아픈 역사의 현장을 관통하며 살아온 세대들에겐, 삶과 죽음의 선택이 매일 반복되었을 것이다.

사상과 이념이 불러온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인간을 세워 놓는다.

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적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죽인다.

민족의 아픔을 한 개인이 짊어지기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끔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정치 난장판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때가 있다.

될 수 있으면 조심하고 피하지만 어쩌다 한 번 정도이다.

난장판이란 표현을 해서는 안 되지만, 지금 내 머리로는 깽판 노름판보다야 그래도 낫지 않나 하는 생각에 쓰는 말이니 정치적으로 이해를 바란다.


이 토론에 각 정당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석했다.

토론이 무르익으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사람을 맹목적으로 감싸고돈다.

옆 좌석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손님들까지 기꺼이 패널로 참석한다.

급기야 술집 사장님까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손님은 쫓아낼 기세로 참석한다.

언성이 높아지고 칼날의 언어가 부딪쳐 불꽃이 튄다.  

드디어 깽판 난장판이 완성된다.

결국, 지인이 타인이 되어 씩씩거리며 돌아서 헤어진다.

어느 별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사상, 이념, 신념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도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나는 어떨까.

입으로는 변화를 부르짖고 그 변화에 겉으로 동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이 많은지 실이 되는 것이 많은지 계산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마음이 불편해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런 상황의 지속으로 사상이나 신념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위로부터 유연성 부족과 상황 대처 능력이 아쉽다는 조심스러운 조언을 듣는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시회, 음악회, 연극, 동호회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았다.

지금껏 가지 않은 길을 한 번 경험해 보았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이 말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 다방면과 다양성의 경험 부족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문화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생각이나 직업이 다른 사람의 삶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고통이 있음을 인정하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 바탕 위에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기 성찰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다방면으로 접하지 못해,

철옹성 같은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자신을 견고한 성안에 감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꽃이 나무의 우측에 피면 우파 꽃이고,

좌측에 피면 좌파 꽃이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꽃은 아름답다는 것이고 열매를 맺기 위해 긴 겨울을 견뎌낸,

자기 극복이고 자아실현이고 생존권의 표현이다.

뿌리는 우리가 모르는 아픔을 숨긴 채,

가장 아름다운 꽃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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