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의 방향이 바꾸는 삶의 리듬 -
분주한 카페 안,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 한 조각을 해석하며 떠든다. 뉴스 댓글 창에서, 혹은 친목을 다지는 단체 대화방 속에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여기서 오가는 말들은 대화의 성격을 잃고, 일종의 투석(投石)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서 작은 틈을 찾아내 기어이 날카로운 평가를 덧대고 만다. 이러한 비방은 밖으로 향하는 언어활동으로 보이지만, 실은 자기 안의 불안과 불만을 해소하려는 필사적인 몸짓일지 모른다. 남을 공격하며 자신이 잠시 우위에 섰다는 착각을 통해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갈수록 시끄러워진다. 귀를 막지 않고는 듣기 힘든 불협화음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이 소란 속에서 그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귀 기울임’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자기 마음의 가장 작은 속삭임조차 덮어버리는 소음에 길들여진다. 비방과 비난이 만들어내는 굉음은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병들게 만든다. 누군가를 향한 험담이 이어질 때, 그 말의 방향은 남을 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말이 만들어내는 파동은 결국 듣는 이와 말하는 이 모두의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벽으로 돌아온다.
남 깎아내리기가 태어나는 자리에는 늘 불안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 균형을 맞추려 한다. 이는 본능적인 방어기제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심리적 행위이다. 회의 자리에서 유독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이의 마음에는 자신의 기획이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염려가 깃들어 있을 수 있다. 온라인 댓글에서 다른 사람의 사소한 실수를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의 밑바닥에는, 스스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비난은 남의 모습에 투영된 나의 그림자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언어는 생각의 재료이자 집이다. 가혹한 말, 공격적인 평가를 습관처럼 반복하면, 그 말은 곧 자기 생각의 습관으로 굳어진다. 동양의 고전은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매 순간 부정적인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보고, 모든 관계를 오해와 불안의 잣대로 측정하게 된다. 언어는 바깥을 향해 쏘아지지만, 그 잔해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 주변에 쌓인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쌓아 올린 이 소음의 벽은 외부의 긍정적인 신호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의도를 차단한다. 남을 깎아내리는 순간, 마음은 일시적인 우월감에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만족감은 곧 공허함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말의 공격성은 결국 자기 심리를 갉아먹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언어가 스스로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의 틈을 넓히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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