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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정한다

인생의 갈 길을 정하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by 정성균

사람의 하루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 자주 선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커피를 마실지 말지와 같은 아주 작은 판단부터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진로의 문제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길을 고르도록 거듭 요청받는다. 하나의 선택은 다음 생활 궤적을 예고하는 연속된 흐름 속에 피할 수 없이 놓여 있다.

그러나 가슴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흠 없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스며든다. 이 조바심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염려로 묶어두고, 우리를 희미한 혼돈의 실타래 속에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물이 된다. 결심이 피곤해지는 까닭은 책임을 미루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확정을 미루는 태도는 오히려 인생의 속도를 늦추는 주된 원인이 된다. 주저함의 틈 속에서 값진 시간은 허망하게 속절없이 흘러간다. 가장 실질적인 손실은 시간의 허비다.


감정과 인간의 장면


하루를 시작하기 전의 조용한 새벽, 우리는 얇은 정적 속에서 작은 마음의 갈등과 마주한다. 커피포트를 올릴까, 조금 더 누워 있을까. 이런 사소한 고민에도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그 순간은 스스로의 의지를 시험하는 작은 무대와도 같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즉흥적인 판단은 종종 미흡함을 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오랜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감각의 지혜가 섬광처럼 깃들어 있다. 반대로 모든 판단을 빈틈없이 계산하려 들면, 생각의 늪에 갇혀 추진력이 멈춰 버리기도 한다. 선택은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다. 불확실 속에서도 시작하려는 힘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몸을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방향 확정의 순간, 이미 인생은 다음 장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움직임이 현실을 만든다.


한때는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발을 옮긴 적이 있었다. 그 길의 마지막 지점에서 묘한 공허함과 마주했다. 타인의 선택을 따르며 마음의 평화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면의 조용한 목소리가 가장 크게 메아리쳤다. 그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판단의 기준이 안쪽에서 또렷해진다는 사실이다. 진실된 기준은 외부의 평가나 유행이 아니라 자신 안의 중심에서 비롯된 변함없는 원칙이다.


망설임 대신 지금 발걸음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다. 포트에서 김이 오를 때, 오늘의 방향도 함께 오른다. 첫 모금의 뜨거움이 목을 지나갈 때, 하루의 결심도 미세하게 틀어진다.


유혹과 분산의 심리


인간의 두뇌는 새로운 자극에 쉽게 끌리도록 진화했다. 이는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을 도모하던 과거 조상들의 본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늘 새로운 알림, SNS 정보, 수많은 자료에 곧바로 반응하며,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깊은 몰두를 쉽게 놓친다.


집중은 타고난 재능이나 강한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계속되는 소음 속에서 일부러 되찾아야 하는 자신을 위한 계획적 훈련에 가깝다. 주목의 경영이 시대적으로 주목을 받는 지금, 우리는 의식을 통해 주변 환경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방해 요인을 줄이는 작은 규칙부터 시작한다. 건축가 루이스 칸이 설계한 솔크 연구소는 평균보다 높은 천장 설계로 사고 확장을 유도했다는 해석이 널리 소개된다. 공간이 사고의 깊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폰의 알림을 완전히 끄고, 작업 공간을 불필요한 것 없이 정돈하는 매일의 습관이 곧 집중을 위한 튼튼한 구조를 만든다. 한 곳에 힘을 모으는 일은 억지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고통스러운 노력이 아니다. 그것은 성과가 최고조에 달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리듬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익혀간다. 결국 생활의 실제 속도는, 외부로 흩어지지 않고 한 가지에 마음이 머무르는 시간의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주의력이 선 그 순간, 시간은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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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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