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공기 압력은 하루의 무게처럼 묵직하게 몸을 짓누른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우리는 모니터 앞에서 멈추지 않고 클릭하고 타이핑했다. 귓가에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내부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움직임의 속도는 분명 최고치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에 남은 것은 낯선 공허함과 허망함뿐이다. 텅 빈 텀블러 밑바닥에 커피 향조차 희미하다. 열심히 내달렸으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날의 피로가 어깨와 목덜미의 긴장으로 남아있다. 굳게 쥔 마우스의 모양대로 손가락이 살짝 굳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이 모든 현상을 속도의 부족에서 원인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 피로의 근원이 움직임의 느림이 아니라 끌고 다녔던 불필요한 무게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고단함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는 데서 문제를 키운다. 더 빠른 반응을 훈련하고, 동시에 여러 작업을 시도하는 멀티태스킹을 쥐어짜듯 반복한다. 메신저 알림이 뜰 때마다 0.5초 안에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우리를 짓누른다. 메일함의 '읽지 않은' 숫자를 지워야 비로소 안심하는 습관도 매일 반복된다. 역설적이게도, 속도를 높이려는 이 과도한 움직임이야말로 우리 일의 흐름에 불필요한 마찰력을 만든다.
하나의 중요한 작업에 몰입하려는 순간, 손가락은 충동적으로 답장 버튼을 향한다. 아직 한 가지 작업을 끝내지 못했는데, 새로 뜬 알림창에 주의력을 빼앗긴다.
이것은 일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행위가 아니다. 주의력이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고 집중의 흐름이 끊어지는 습관적 단절이다. 빨리해야 한다는 재촉 심리는 우리를 가장 중요한 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단단한 돌을 옮길 핵심 에너지를 불필요한 모래알을 줍는 데 소진한다. 핵심 보고서의 내용보다 폰트와 목차 디자인을 먼저 고민하는 행위. 그것은 준비가 아니다. 본 작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발생하는 회피성 노동이며, 일의 무게만 늘리는 족쇄로 작용한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노동 시간 그 자체가 아니며, 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불필요한 힘, 바로 세 가지 무게의 정체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그 짐을 짊어진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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