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깨와 허리, 무릎과 발, 발목, 다리 근육 등 무거워진 몸을 풀어야 걷는 데 지장이 없다. 자기 전에도 스트레칭은 필수다. 걷는 것은 전신운동이므로 상체는 물론 손가락도 풀어준다.
출발지 임실 강진면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담장을 예쁘게 색칠하고 있다. 사진을 찍으며 ‘참 예쁘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꾸미는 중이라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단다. 색칠한 담벼락도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아름답다.
장거리 도보여행을 시작하면 몸은 바로 적응하지 못한다. 처음 며칠간은 하루 걸을 거리를 약간 짧게 잡아야 하는 이유다. 작년에 목포~서울 1차 도보여행 때 처음 3~4일간 하루 25km 정도만 걸었어도 무리가 따랐다. 점차 몸이 적응하며 이후 큰 어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걸을 때 1시간 또는 1시간 30분마다 휴식을 취한다. 양말을 벗고 발을 식히며 발가락 사이에 베이비파우더를 발라 준다. 발과 발가락을 건조하게 하여 물집을 예방하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도보여행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 첫날부터 3일 연속 30km 이상을 걸었다. 도중에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발과 무릎, 다리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휴식도 걸렀고 베이비파우더도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 비가 자주 와서 노상에서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는 지붕과 간이의자가 있어 쉬기에 좋지만 젖은 신발을 벗을 수도 없고, 우비도 거추장스러웠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원칙을 위반한 결과, 보행을 괴롭히는 커다란 물집이 왼발 새끼발가락 전체에 생겼다. 숙소에 도착하여 몸을 씻은 후 바로 발 관리에 들어갔다. 소독한 바늘로 물집을 찔러 물을 완전히 빼내고 소독약을 바른다. 남들은 실을 꿰어 바늘로 관통하여 놓아두면 물이 빠진다는데, 나는 나만의 방법을 고수했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약솜으로 새끼발가락을 감싸고 종이 반창고로 탱탱 감는다. 걷기 시작하면 통증이 심해서 한동안 정상보행이 어렵다. 당연히 오른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휴식 후 다시 걸을 때도 잠시 절룩거린다. 이 물집이 굳은살이 될 때까지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며칠 지나 굳은살이 되면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해지고 물집 걱정은 사라진다.
세상사 모든 것이 원칙을 위반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세월호 참사가 대표 케이스다. 화물을 많이 실으려 평형수를 줄였고, 급료를 적게 주려 책임감 없는 임시 선장을 고용했고,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았다. 회사 사주는 돈을 빼돌렸다. 원칙을 어긴 관피아는 배의 개조를 눈감아 주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해경은 구경만 하여 원칙을 어겼다. 어디 이뿐이랴. 뉴스를 보면 원칙 위반이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