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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69년생 15화

88 올림픽

by 김귀자


1988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하면 "짠"하고 무엇인가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88올림픽 개막식을 우리집 안방에서 텔레비젼으로 보고 있다.

아이가 굴렁쇠를 굴리고,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졌다.

"이제 모두 일어나... 나서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나는 언제쯤 다리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백조 생활이 7개월이 훌쩍 넘었다.


88올림픽으로 우리나라는 떠들썩했다.

하지만 나의 삶은 무기력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싫었다.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은 친구 금자였다.

걔도 백조였다.

수화기 너머에 있었지만 우리는 함께 했다.

종종 1시간을 넘게 통화했다.

올림픽 개막식이 끝나고, 텔레비젼을 켜면 줄곧 경기였다.

금메달 소식, 은메달 소식.


올림픽이 한창이던 어느날, 주일저녁이었다.

그날은 추석날이었다.

교회에서 예배 중이었는데, 목사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사고는 이미 낮에 났는데, 소식이 닿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부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

그때의 목사님 얼굴을 난 볼 수가 없었다.

사모님은 울지도 못하셨다.

한번만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너에게 그런 일이 안일어나도 됐을까.

왜 하필이면 너였을까.

언제나 교회에서 웃고, 활발했는데,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그렇게 외아들을 보낸, 목사님은 얼마 후 고향을 떠나셨다.


올림픽은 성황리에 끝났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취직하게 되었다.

백조에서 날아올랐지만, 날개짓은 힘들었다.

엄마가 나의 가운을 빨래하면서 우시는 것을 보았다.

빨아도 지지 않는 얼룩때문이었다.

나는 애써 그 모습을 외면했다.


88년도는 그렇게 저물어 가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1988년도는 "올림픽"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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