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

by 석현준

사랑해

그래서 너만은 행복했으면 좋겠어


덜컹거리는 기차소리와 여러 사람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한밤중이었다.

미처 끄지 못한 TV에선 연예인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TV를 끄고 창가로 나가 지나가는 기차를 보았다.

지나가는 기차 속에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고 입안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네가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너에게로 다가가서 자고 있는 널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내 다시 손을 내렸다.


그리곤 다시 창가로 돌아선 유리창에 입김을 불었다.

투명하던 유리창이 하얀 입김이 서려서 불투명해졌다.

나 같았다.

투명하게 보이던 네 미래가 내가 들어오면서 불투명하게 만들었으니까.

사실 난 널 몇 번 보자 알 수 있었다. 넌 내겐 과분하다는 것을 천사 같은 넌 내겐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널 놓아주지 못했다. 내가 아플 것 같아서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내 옷이라고 칭얼거리는 어린애 같이.

한숨이 푹 나왔다. 그 소리에 네가 깨어났을까.

뒤에선 호텔 이불 특유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네가 웃고 있었고 나도 널 보고 웃었다.

그리고 넌 내게 와서 폭 안겼다. 덕분에 다른 잡생각들이 들지 않았다. 단 한 가지 단어 빼고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널 표현할 수 있었다. 아직 씻지도 않아서 부스스한 머리라도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넌 아무 말 없이 내가 만들어 놓은 입김 자국에 하트를 그렸고 이내 그것은 하나에 작품이 되었다.


넌 이기적인 나조차도 품을 수 있을 만큼 큰 사람이었다. 아마 너와 내가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생각도 했었다.

같은 세계에 살아도 넌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너는 천사 같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누며 살아왔지만 나는 그런 네 웃음을 받기만 했으니까. 이런 네가 내겐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래서 널 더욱 놓을 수 없었다.


내 사랑은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너만은 행복할 수 있도록 딱 그 정도만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욕심 한번 내면 언제나 내 곁에서 네가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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