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어이없기도 했고 실감이 나지 않아서. 며칠이 지나고 네가 곁에 없다는 것이 현실에 와닿을 때쯤에는 난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방 안에서 조용히 숨어 살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너의 죽음이 내게 점점 와닿아서 죄책감이 날 옥죄어왔다. 혼자서 힘들게 끙끙 앓고 또 앓았다.
이제는 조금 나갈 마음이 생겼을 때 몇 번을 고민하고 방문 밖으로 나갔다.
몇 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처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많이 내렸다.
뿌옇게 보이는 앞을 조금씩 걸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선 누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딱 너 만한 키의 누군가가 내게로 걸어왔다. 내겐 일말의 희망이었다.
나도 그쪽으로 뛰었다. 그 자리엔 네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또 뛰었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널 향해서 뛰었다. 한 시간쯤 그랬을까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타고 떨어졌다. 차가운 눈에 눈물들이 쉬지 않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공허하게 텅 빈 공터에서 혼자 주저앉아 울었다.
널 너무 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널 잡을 수도 가까이서 볼 수도 없었다. 그저 뿌연 너의 형체만 내 곁에 있을 뿐이었다.
죽어서도 함께 하자고 말로는 쉽게 말했지만 진짜로 내 곁에 남아있는 것이 더 괴로웠다.
너에 대한 한탄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널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야 해서.
이젠 추위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너와 함께 있고 싶었다. 널 보고 싶었다.
더 이상은 없었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밑을 내려다보는데 까마득하게 높았다. 심장은 이제 터질 듯 뛰기 시작했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생각으로는 벌써 뛰어내렸어야 했는데 난 계속 뒷걸음질을 치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사실 내 마음은 살고 싶었다. 미치도록 살고 싶었다.
너에 대한 슬픔과 살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그 치질 않았다. 그래서 울었다. 며칠 밤낮을 울었다. 그렇게 너 없는 첫 번째 겨울이 지나갔다. 다음 겨울에도 잠깐의 애도였을까. 눈물이 조금 나왔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3번째, 4번째, 5번째..... 수도 없는 겨울이 지나간 지금 함박눈이 내리는 날엔 네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