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엔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름 끼치게 웃지 말고 내게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억울한 것처럼 변명이라도 해달라고요
"말해, 모든 것이 다 모함이었다고 말하란 말이야!"
"..... 미안."
그 애의 답은 명료했다. 내겐 어지럽게 다가왔지만 멀리서 보면 정확했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게 웃는 그 애의 모습이 보기 싫었다. 눈에 익을 법도 한 웃음이 미치도록 성가셔왔다.
만약 울었다면 지금과는 달랐으려나? 아님 그냥 내가 참았더라면 나중에 더욱 큰 시련을 겪어야 했겠지? 그래서 지금에 나를 믿기로 했다. 이제껏의 선택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으리라고 알고 살아갔다.
결국 넌 웃었어.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끝내 웃어 보였어. 너도 알았던 거야. 그게 원래의 너였다는 걸. 넌 대부분의 일들을 웃음으로 무마하며 살았겠지. 그래서 죽음까지도 네겐 '대부분의, 아무 일들'이었던 거야?
그 일 뒤로 그 애의 웃음소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른 후회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나를 평생토록 따라다닐 너의 이야기가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길 바라서. 그렇게 널 놓았다. 헬륨이 가득 든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가길 바라며.
널 그리 보고 싶지는 않아. 너도 그걸 바라진 않을 거라 생각해. 우린 이렇게 지내자. 생각보다 멀지 않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다가 또 한 번 마주하게 된다면 그땐 웃으며 인사하자. 그리곤 잊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