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겉치레라고 생각한 사랑에 잠겨버렸습니다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깊이
그래도, 그래도 당신을....
"미안하다."
이 말을 끝으로 너를 떠났다. 매몰차게, 차갑게, 아프게 하고 선 너와 정반대 편으로 걸어갔지. 내가 상처까지 주며 널 떠난 이유는 명료했다.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었지만 널 보고 매일 웃지만 매일 함께하지만 네가 미울 때가 있어서. 서로 떨어져서 지낼 땐 함께일 날이 오길 꿈꾸었는데 네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졌는데 이제는 아니 언젠가 널 진짜로 미워하게 될까 봐. 조금이나마 상처를 덜 주고 싶었어.
°°°
'미안하다'는 네 말을 듣는 내내 머리가 띵했어. 꼭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감각이 없어졌지. 하늘로 날았다 땅으로 꺼질 수도 있을 것처럼 말이야. 왜 그랬을까? 네가 이런 모진 말을 하면서까지 날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라해 보이는 네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지. 우린 서로 행복했었잖아. 아픈 기억은 묵혀두고 살고 있는데 자꾸 머릿속은 너와의 불화로 헤어질 뻔했던 위기의 순간들로 가득 차 올랐다.
"결국 돌아올 거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저만치 멀어진 뒷모습을 향해 속삭였다.
°°°
이젠 아무 확신이 들지 않는다. 넌 참 좋은 사람이었어. 친구로 남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단 것도 너무 잘 아는 나여서 슬프다. 한때 사랑하던 사람의 곁에 남아있지만 결코 넘지 못할 선 밖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짐작이 가질 않아. 그래서 더욱 네게 다가가기 힘들 것 같아. 매번 이야기하지만 "미안해, 나도 이러길 원하지는 않았고 생각조차 못 해보았던 일들이야."
°°°
"너의 찬란한 사랑이 뭔데 나는 아니라는 건데!"
집에 와서야 헤어졌다는 것이 실감이 났는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신발장 켜져 있던 센서 등마저 꺼지니 집안은 칠흑 같은 어둠이 기승을 부렸다. 내 마음처럼. 그리고 결국 터져버릴게 터졌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너의 통보로 끝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것이라고는 몰랐다. 이런 내가 미웠다. 싫었다, '우리'라는 것이 끝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울었다. 바뀌는 것이 없단 걸 알지만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혼자서 울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은 체. 어두운 방안에서는 흐느끼는 소리만 울렸다.
우리의 사랑은 그러했다. 쓰라렸지만 잊을 수 없는 그런 슬픈 사랑이었다. 아마 천년은 갈거야. 우리의 슬픈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