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 가는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900년만 살아보자. 모든 것을 이겨낼 그런 엄청난 사랑을 담아내기엔 내가 작아서 한 900년만 함께 있자.
그럼 우린 남은 시간 동안 수평선 너머로 여행을 떠나자.
여름이 지나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런 날 말이야.
아주 먼 곳은 아니어도 잔잔한 파도를 타고 길게 줄지어져 있는 수평선의 끝에 서보자.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조용히 살아보자.
행복도 아픔도 슬픔도 없었던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자.
낮이면 태양은 찬란하게 빛날 거고 밤이면 별들이 반짝일 거야. 그럼 바닷가에서 별자리를 찾아보자.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염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놓아버리자.
몇 년이고 시간을 잊고 살다가 900년이 되면 날 떠나도 돼.
빗물에 젖은 듯이 펄럭이는 여름날이 한층 더 사라져 가는 날에, 900년 후에 내일처럼 찬란하고 선선한 날에 먼 곳으로 떠나가.
그 후에도 잊지 못하고 계속 기억한다면 겨우 참아내면서 살아가자.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마음을 꾹 눌러 담으며 그땐 땅의 지평선 너머에 가있을게.
어때 생각만 해도 벅차지 않아?
난 오늘 밤도 잠에 들긴 글렀어.
너는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