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죽음과 행복의 공존

by 석현준

난 실패작이었던 걸까요?
아무도 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를 어떻게 사랑하나요?
사랑은 뭐였는지 기억은 나나요?



끝내 잊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참다가 결국 터져버려서 높은 곳으로 치솟아 버리고 싶습니다.


나조차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나를 어떻게 아는지 궁금합니다. 슬프고 기쁘고 가슴 벅찰 때 그 모든 감정들이 섞여서 지금 내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건 무엇일까요? 슬픔이라 하기엔 잔잔하고 기쁨이라 하기에는 공허하고 죽음이라 하기에는 이따금씩 행복함에 생기가 느껴지는데 나는 어떤 상태에 빠져있는 건가요?


당신은 좋아했습니다. 함께 걷고 싶었고 함께 뛰고 싶었고 마주 보고 싶었습니다. 모두 과거의 감정들입니다. 지금은 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감정도 감각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조금 아주 조금 공허하고 조급할 뿐입니다.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감정들만 들고 방금은 그저 모두를 잊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주었던 사랑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지금은 느껴지지도 않는 그것이 무엇인지 당신은 알까요? 그냥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보다는 기깔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무섭습니다. 인생은 모두 그런 건가요? 아슬아슬하게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살얼음판에 올라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만 올라오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정신이 몽롱해져요. 꼭 잠에 드는 것처럼 하지만 그 속에서 꾸는 꿈은 악몽인 것 같아요. 나를 괴롭게 하지만 다시 그곳을 마주하고는 합니다.

죽음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잠드는 것보다 덜 아프나요? 아니면 온몸의 혈관들이 터지는 느낌일까요?


나 자신을 나에게 증명하는 것은 많이 어려울까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이룬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내가 이루고자 한 것들 중 하나도 성취하지 못해서. 그래서 내가 싫어질까 봐 두렵습니다. 그건 어떤 것들보다도 무섭습니다.


날 부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날 싫어하게 된다는 감정 너머에 있는 걸까요? 아님 혐오와 같은 감정일까요? 무엇이든 섬뜩할 것 같습니다. 내가 날 부정한다는 것은. 아무도 내 편이 없다는 뜻이니까. 살아갈 이유가 사라질 것 같아요.


난 어떡하나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그 사랑을 어떻게 했는지, 나는 어떻게 날 사랑할 수 있을지 머리가 캄캄해집니다.
내겐 다시 살아갈 힘조차 없을까요?
차라리 모든 것을 몰랐을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힘들게 나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날 사랑할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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