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부르던 것들에 대하여

by 석현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나를 힘겹게 하는구나
넌 정말 천사였던 걸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계속 궁금증이 들어
마지막으로 본 너의 편안한 표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사랑이란 단어 뒤에 숨어서 널 보고 있었다. 축축한 비바람이 부는 밤 같은 나는 널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바라보는 것만 할 수 있었지. 사랑을 누군가 축복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죄악이라고 말했지. 눈 입에 있는 사람에게 눈이 멀어서 다른 것들을 원래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끔찍한 벌이라고 이야기했었지. 나는 그런 사랑으로 널 숨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날은 술에 취해 진탕 마신 알코올의 힘을 빌려 네게 전화했지만 늦은 밤이어서였을까 애꿎은 신호음만 연거푸 들려왔지. 내가 기다린 것은 너의 청순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눈이 멀어버렸어. 너의 빛나는 눈동자에 온 마음이 홀려버렸고 내 눈은 멀어버렸지. 이젠 세상에서 너만 보일 거야. 너무도 밝은 빛 때문에 너무도 높은 채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어쩌면 불쌍한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몰라. 사랑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아니 놓쳐버린 늙지 못하고 너만 바라다 네가 끝끝내 사라지는 것을 보겠지. 이렇게 보면 축복이었을까?

천사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이 내겐 가장 큰 시련인 거지. 네게 닿으면 하늘로 올라가 버릴까 매번 노심초사하고 있는 내 마음을 넌 알기나 할까.

내겐 아픈 죄악으로 남은 사랑은 약보단 독이 되어 찾아왔구나. 죽을 만큼 아파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정말 미칠 노릇이야. 다른 것 말고 딱 한 번만 널 안아보았으면 네 아픔은 조금 작아졌지 않았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