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를 물건 대하듯 해
다시는 얻지 못할 자리에서 널 기다려
넌 내게 너무 솔직해서
"나는 너와 절대로 멀어지지 않을게"
거짓이 섞긴 말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겐 너의 말이 너무 큰 위안이 되었어
봄바람이 흩날리던 날에도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날에도 붉은 낙엽이 바람에 스민 날에도 칠흑 같은 어둠에 하얀 눈이 떨어지던 날에도 너만 기억할게. 여전히 사그라들지 못하며 언젠간 꺼질 불꽃으로 살게 되더라도 널 비춰줄게. 사랑도 관심도 아니어도 좋아 그저 연민으로라도 날 바라봐 줘. 날 기억해 줘.
너의 무엇에 그렇게 이끌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말하자면 너무 많아서. 밝게만 빛나던 너는 아마 반딧불이였을지도 모르겠어. 자기 몸속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타들어가고 있던 가녀린 불빛 말이야. 고요한 여름밤의 칠흑 같은 어둠을 도화지 삼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던 반딧불처럼 너는 유독 밤에 빛이 났어. 눈에 보이는 그런 빛 말고 몸 주변 어디선가 느껴지는 아우라 이런 것 말이야. 온 세상이 어두워졌지만 마음만 먹으면 다시 밝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네가 참 좋았지.
다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린 먼 길을 와버렸구나. 그저 남은 추억을 간직하며 기억하고 있으면 네가 싫어져. 모두 네 탓 같아서 너무 착한 네 심성 때문에 작고, 아직 여린 널 닮아있던 아이는 다시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서 네 몸을 혹사시켰지만 정작 이제 홀로 남겨진 난 어떡하라고. 평생을 하루같이 너만 바라고 바라보고만 살았는데 이젠 어떡해? 모두들 네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니 너무 상심하지 말래. 그런데 어떻게 참아? 너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안돼 그래서 너무 힘들어. 내가 힘들어 기댈 곳, 안길 곳은 너였는데 사라진 너의 원망밖에 안 나와.
그거 기억해? 네가 소방관 시험에 붙고 내게 바로 전화해서 한 이야기 기억해?
"나 합격했어!
이제 네가 어디 있든지 나를 부르면 내가 널 구해주러 갈게. 그냥 전화하기만 하면 돼"
넌 왜 아직도 안 오니? 몇 번이고 네게 전화하고 있는데 왜 전화를 받지 않아? 벌써 내 마음은 검은 잿덩어리로 다 타버렸는데 그 후에도 연거푸 부르는 네 이름이었다.
예전처럼 웃으며 조금 늦었다고 이야기하고 뛰어와줘. 이미 늦었다는 대답은 말고 네가 불구덩이 속에서 살려온 아이처럼 다시 살아가게 날 구해줘.
청초하던 얼굴로 방화복을 입고 있는 네 모습이 자꾸 기억나. 나를 보며 경례를 하고 웃음을 짓던 그대로 내게 찾아와 줘. 운명처럼 잊을 수 없을 네 눈동자는 눈을 감아도 자꾸 보이니까. 정말 아직도 널 사랑할 수 있는 듯 아닌 듯 헷갈려. 이젠 내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어. 내 꿈과 목표였던 네가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제발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하고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