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베이비부머의 고민
저는 스물여섯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예순두 살에 직장생활을 마무리했어요. 나이가 들어 직장 생활하면서 내가 느꼈던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서 마음이 참 홀가분합니다. 현재는 남편과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편안한 노후의 비결은 다른 사람들과 은퇴 후 생활을 비교하지 않는 덕분입니다.
그동안 36년간 고생하고 살았는데 은퇴 후에 또 일을 해야 하는가? 36년간 일한 노하우를 그대로 썩히기는 아까운데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제가 일을 하자니 몸이 약간 아프면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제 몸이 건강해지면 앞으로 100세 시대인데 무료하게 30년 또는 40년을 살아야 하나?
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들입니다.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제가 저질러 놓은 일은 많은데 계속하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깝네요. 제가 몸이 조금 아프면 일을 하지 말자! 노후 자금이 아주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아주 많은 것도 아닙니다. 친구들은 놀아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남편은 연금으로 아끼면서 살면 충분하다고 해요. 남편은 항상 "하루에 부자나 가난한 사람도 밥 3끼 먹는 것은 똑같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의 주장에 대해 저는 "똑같은 밥 3끼가 아니고, 식사의 품질이 다르다"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26살인 1986년부터 직장 생활을 했어요. 제가 아들과 딸 출산할 때 총 2개월 출산휴가를 사용했어요. 그 당시에는 1개월은 유급 출산휴가, 1개월은 무급 출산휴가로 강사 채용 비용은 본인 부담으로 사용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출산휴가를 받는 것이 직장에 민폐를 끼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35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출산휴가 기간을 제외하고 직장에서 휴직을 한 경험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은퇴 후에 온라인 무료 강좌를 신청하다 보니 직업을 쓰라고 하네요. 저는 참 당황스러워요. 제가 무직이라고 쓰기는 싫고, 주부라고도 쓰기도 싫었어요. 왜냐하면 저한테 주부는 여러 가지 일 중의 하나이지 본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사업자등록을 해서 이제 자영업자입니다. 자영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 사업자입니다.
그러나 은퇴 후에 제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할 3가지 이유와 일을 하지 말아야 이유 3가지가 공존하네요. 제 마음속에서 아주 팽팽한 줄다리기로 은퇴 후 6달간 전쟁과 휴전을 반복하고 있어요. 아직도 자영업자이기는 하지만 폐업을 해야 하나, 열심히 일을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저는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항상 생각나요. 친정어머니는 일을 하시다가 일을 놓은 후 급격하게 치매가 진행되었어요. 친정어머니는 국민학교도 졸업을 못했지만 부지런히 책도 읽고, 한문도 배우셨어요. 그 덕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친정어머니는 1970년대에 동사무소에 취직하셨어요. 그 시절 동사무소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라 보수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새로운 한복 바느질을 시작하셨어요. 꼼꼼하고 상냥한 어머니는 한복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일이 제법 많았어요. 그러나 자식들이 취직한 후 친정어머니 고생하셨다고 한복 바느질을 그만두시라고 했어요. 그 당시에 친정어머니가 약간 치매 증세가 있어서 한복 치수를 잘못 측정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일을 그만두자 치매 증세가 진행속도가 빨라졌어요.
그래서 우리 친정식구들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저도 일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료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저는 일을 하면 약간의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스트레스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먼저 은퇴한 친구가 스마트 스토어를 하면서 사업자등록을 했어요. 그리고 올해 같이 은퇴한 친구가 카페를 시작하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했어요. 제가 친구들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저도 사업자로 등록했습니다. 저는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이런저런 업무를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나이가 더 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사업자로 첫걸음은 시작했어요.
올해 저는 3강(건강. 호강. 평강) 부자 은퇴연구소 소장, 00 행정사로 명함 2개를 제작했습니다. 아직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명함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직함은 은퇴한 이후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예우를 하기 위해서 000이라고 불러주지만 사실 현재 삶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그 경력이 은퇴 후 삶에 좋은 경력이 되기도 해요.
앞으로 과거의 인연인 사람들이 과거의 직함을 불러주면 소장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하고 있어요. 3강(건강, 호강, 평강) 은퇴는 제가 2018년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한 일입니다. 현재의 명함은 나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작년에 환갑이었습니다. 통계청에서 2020년 기준 한국인 평균 기대 수명은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이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 사촌 시아주버님은 89세, 사촌 형님은 90세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시댁 큰 시누이는 89세이신데 아주 정정하십니다.
기대여명은 ' 특정 연도인 2020년 기준으로 특정 연령의 사람인 60세 여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합니다. 제가 2020년에 60세였으니 제가 앞으로 생존할 연수인 기대여명은 28.2세이네요.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 기대여명에 의하면 88.2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 제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약 30년입니다.
앞으로 내가 30년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24시간은 8시간은 수면, 8시간은 식사와 일상생활, 나머지 8시간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의미한 30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건강수명은 2020년 기준으로 66.3세입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수명에서 유병기간(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을 말합니다. 제가 건강수명을 기준으로 66.3세이니까 제 건강수명 계산하면 66.3세로 약 6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은퇴 후 건강수명인 6년을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로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경색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어요. 제 지병을 생각하면 일을 열심히 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36년간 열심히 일했어요. 딸이 유치원 다닐 때 "다른 집 엄마는 일도 안 하고 집에서 맛있는 것을 해 준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옛날에 읽었던 책 구절에서 '새들은 일하러 가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그런데 아기새를 위해 엄마 새가 잠시 둥지를 비우고 먹이를 구하러 다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저는 과도한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어요. 나는 내 행복보다 일에 대한 책임에 치중해서 사람과의 관계보다 일이 먼저였어요. 이제는 저도 일에서 벗어나서 놀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살아온 날들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졸업, 2년 6개월간 발령 기다림, 35년 6개월간 직장 생활, 은퇴 후 6개월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62년간 살면서 정말 숨 가쁘게 살아왔네요.
제가 살면서 가장 여유 있는 날들은 은퇴 후 6개월입니다. 저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여유는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해요. 저에게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기는 해요. 그러나 경제적 여유는 절약과 마음가짐에 따라 극복이 가능합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여유가 필요해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은퇴 후에 다시 일을 할까? 말까? 저에게는 쉽게 끝나지 않을 마음의 전쟁이네요.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절실하지 않지만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갈등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