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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Dec 08. 2023

(최종화) 혹시 당신도 꿈을 찾고 있나요? epi3

내가 꿈을 사랑하는 법

남편과 나, 철없던 부부는 그렇게 자유롭게 전국방방곡곡을 다녔다.

4대 보험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령액만 많다면.

하지만 정상적인 회사가 괜히 4대 보험을 가입해 주는 게 아니었다. 2년의 프리랜서 생활동안 국민 연금을 납입한 기간이 줄어들었고, 고용보험의 안전망에 벗어나 있었다.




제일 큰 손해는 타 직장으로 입사 시 경력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지만 솔직히 그 당시에는 이 일을 계속할 마음이 없다.  어학연수 후 서울에 올 때에도  "진짜 꿈'을 찾겠노라는 다짐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업과 꿈 찾기라는 이중생활을 하며 10년을 방황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 줄타기를 하며 이것저것 찔러보는 날이 계속되었다.

‘잘하면서 좋아하는 건 없을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직업으로 삼을 만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막상 그런 일을 찾아도 또 고민이 깊어졌다.

'이게 과연 먹고살만한 일인가.'

현실적인 고민이 개입할수록 꿈 찾기는 미궁으로 빠졌다.



마침내 수많은 시행착오 중에 내린 결론은

 '약간의 재능이 있는 일에서 시작해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기는 하다.

좋아하면 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재능이 없으면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한계가 있더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당신은 그 꿈을 찾았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Yes’




사실 나의 흥미는 음악과 춤이지만, 둘 다 크게 재능이 있지는 않다.

음악은 가벼운 취미 정도, 춤은 몸치 탈출을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몸 쓰기’에 재능이 없는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내 꿈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출간작가'라고 얘기 할 수 있겠다.

그것도 '베스트셀러 출간작가'라는 야무진꿈.




상을 타기 위해, 독후감을 내야 해서 쓰는 글은 정말로 재미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해서 쓰는 글쓰기는 틀렸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출간과 브랜딩을 목표로 글을 쓰니 더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함 마저 들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간절함이 조급함이 되어 내 목을 조르기도 했다. 생활비가 빠듯할수록 더 마음이 급해졌다. 재미있던 글쓰기가 어느 순간 부담으로 다가왔다. 컴퓨터를 열기 조차 싫은 날도 있었다.

‘일단 본업이 안정되고, 재정이 탄탄해져야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나는 재미있는 글쓰기를 위해 본업을 계속 유지하며 기약 없는 양다리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 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직장에서 얼마 전 정규직 제안이 들어왔다.

급여도, 직급도 맞춰주고 업무분야도 내가 원하는 파트로 바꾸어 준다는 것이다. 정말 귀가 솔깃했다.

문제는 급여를 조정하려면 일정 기간의 경력 인증이 되어야 하는데, 지난 2년의 프리랜서 생활이 문제였다. 4대 보험 납입이력이 없어 경력 증명이 힘든 상태인 것이다.



자유롭게 일을 할 때는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단기 계약직으로 일한 모든 직장에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경력증명서를 애원하고 부탁하고… 입은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중에는 여러 번 전화해도 무심하게 응대하며 언제 보내줄지 확답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역시나, 월급 지급이 늦어 마음고생을 시켰던 그곳이다.




경력의 부스러기까지 긁어모으는 일주일의 시간이 흘렸다. 나머지 10일은 기다림이라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혹시 경력이 부족해서 승인이 거절되면 어떡하지?‘

‘호봉을 깎아서 입사하라고 하는 건 아닐까?‘

‘이 직장에서 시간을 늘려 일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매일 우울감속에서 반정도 포기한 상태가 되었을 때 팀장님으로부터 반가운 메시지가 왔다.

‘일 끝나면 전화 좀 주세요.’

갑자기 가슴이 요동치며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나는 덮쳤다.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지만 목소리는 태연한 척 애를 썼다.




정규직 기안은 통과되었고 1월 1일부터 정규직 발령‘이라는 반가운 소식.

그간 고생한 마음 맺혔던 응어리가 눈 녹듯 사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적인 문제를 글쓰기에 덮어 씌워 억지로 고 가라고 채찍질하지 않아도 되겠다.’

‘너랑 나 재미있는 사이로 가볍게 걸어가 보자.’

바로 내가 글쓰기에 하는 사랑고백이다.


내 꿈이 지고 있는 무게를 덜어주는 것, 이것이 내가 꿈을 사랑하고 다듬어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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