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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 날리는 길...그리고 군부대

by 최재필

애국가 가사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구절이 있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상록수이다. 우리 강산 어디를 가도 모든 지역에 분포한 한국 원산지의 대표 나무이다. 학명은 Pinus Densiflora 이며 식물계, 나자식물문(Gymnospermae), 소나무강(Pinopsida), 소나무목(Pinales), 소나무과(Pinaceae), 소나무속(Pinus)의 식물이다. 관상용. 정자목. 당산목으로도 많이 심는 상록침엽, 교목이다. 꽃말은 '불로장생', 영명은 'Korean red pine', 이다.

20200322_110241.jpg 양양 하조대


소나무는 '솔+나무'에서 'ㄹ'이 탈락되어 소나무라 발음한다고 배운 듯하다. 이때 '솔'은 '으뜸'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며 원형의 '수리'에서 변형되어 솔이 되었다고 한다. 즉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는 한국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무 중 하나이다. 그중에 금강송(金剛松)은 매우 유명하다.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에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어 보호를 받는다. 금강송은 균열이 적으며, 아름답고 단단해서 예부터 최고급 목재로 여겨진다. 또 보은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 소나무처럼 천연기념물(제103호)이나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는 나무도 많다. 현재 보호수나 기념물로 지정되어있는 다양한 나무종(種) 중에 소나무가 40종으로 가장 많다. 나무줄기가 붉어서 ‘적송(赤松)’이라고도 부르는 나무는 주로 내륙 지방에서 자란다고 ‘육송(陸松)’이라고도 하는데 적송이란 말은 일본식 이름이라 한다.

소나무는 해, 산, 물, 돌,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의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뜻하기도 한다. 송수천년(松樹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라는 말은 ‘천년을 사는 소나무’,‘늙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라는 의미로, 장수하기를 기원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또 소나무는 매화와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라 하여 그림의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서 흔히 한 폭의 그림에 그려서 ‘송죽매(松竹梅)’라고 한다. 지조 있는 선비인 군자를 상징하기도 하고, 탄탄대로를 걷다 인생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변치 않고 찾아주는 친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많이 알려진 추사(秋史)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추사가 59세 되던 해인 1844년 제주 유배지에서 그렸다고 하는데 세한도 속 발문에는 논어를 인용해 “날이 추워져 다른 나무들이 모두 시든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고 적었다고 한다. 사람은 시련에 처했거나 시련을 겪은 후에야 그 사람의 진실된 참모습을 볼 수가 있다는 뜻으로 소나무의 품격을 말한다.

20201017_151130.jpg 수원 노송지대


지난 어느 화창한 봄날, 강원도 양구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66여단 천봉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인데 그 앞을 지나는 좁은 2차선 도로 중앙에, 분리대 역할을 하는 곳에 노송들이 길게 줄지어 있어 독특한 풍경의 가로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수원의 노송지대와 비교하게 되는데, 樹齡은 짧은 듯하고 樹高도 작은 것이 많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소나무 고유의 기품은 넘쳐 흐른다. 전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군 시설을 조성할 때 부지 안에 있던 노송들을 옮겨 심었다고 한다. 적당한 간격의 줄과 열을 맞춰 길게 늘어 서 있는 노송길은 군부대 정문 좌측 도로 중앙 앞 소나무에 한자로 '如松之盛'이라는 글이 걸려있다. 천자문에 사란사형하고 여송지성(似蘭斯馨하고 如松之盛)이라는 구절에서 인용된 글로서 '난초처럼 향기롭고, 소나무처럼 무성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서 난초와 소나무는 군자를 의미하니 요즘 군대는 군자의 품위까지 갖추는 조직인가보다. 군대는 '武'가 존재 이유인데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역사적으로도 문무를 겸비한 위인들이 많았다.

66여단 천봉부대 정문 옆 노송에 걸려있는 '如松之盛'의 뜻과 같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용사든, 지휘관이든, 저 소나무가 상징하는 것처럼 학식과 인품, 덕이 높은 군자의 품성과 세한삼우 속 소나무의 강인함, 금강송의 단단함을 갖추어 장래 국가를 이끌어 갈 동량지재(棟梁之材)로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나라에 진정한 군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1729169669966.jpg 군부대 앞의 여송지성


20211225_093105.jpg 겨울 해변의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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