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터너 <바다 어부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은 생솔가지 등을 쌓아 달집을 만든다. 달이 떠오르면 달집을 태운다. 타오르는 불은 부정한 것을 모두 태워 마을을 정화한다. 농경 사회에서는 달집으로 한 해 풍년을 점친다. 불이 활활 잘 타오르면 그해 풍년이 든다. 불이 잘 타오르지 않거나 달집이 기울면 흉년이 든다. 그러기에 달집 만들기에는 기원하는 마음 모아 협심해 만들어야 한다.
윌리엄 터너의 <바다 어부들>은 왕립 아카데미에서 전시한 최초의 유화 작품이다. 밤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 있다. 구름 사이로 빛나는 달은 아래의 짙은 구름을 더 어둡게 만든다. 온화한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녹색 벨벳 같은 바다는 역동적이다. 달이 구름에 가리면 파도에 싸우는 어부는 깜빡이는 작은 등불에 의지해야 한다. <바다 어부들>에서 파도에 맞서는 작은 어선은 위태롭다. 그에 반해 바다에 맞서는 어부의 의지는 당당하다. 21살 젊은 화가 터너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빛과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 해밍웨이《노인과 바다》중
지구는 달이 있어 외롭지 않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은 주기적으로 차고 기운다. 초저녁 서쪽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은 미인의 눈썹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될 만큼 아름답다.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한다. 보름달의 밝은 빛은 사람의 온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낮에 나온 반달은 동요로 불리며 어린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달이 사라진 그믐은 공포의 대상이다. 칠흑 같은 밤 산을 걷는다면 바로 앞도 분간하기 힘들다.
칠흑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나는 빛깔을 말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칠흑은 낯설다. 옻칠한 물건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깜깜한 밤을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의 거리는 늘 수많은 불빛으로 넘친다. 달이 차고 기우는 자연 현상은 이제 사람의 마음을 잘 빼앗지 못하고 있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이날에는 EARTH HOUR(어스 아워, 세계적인 전등 끄기 행사) 캠페인이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보호 캠페인으로 1년 1시간 전등 소등으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우리 지구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시나브로 우리는 밤하늘을 그리게 되었다.
<바다 어부들(Fishermen at Sea)>
예술가: 윌리암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년~1851년)
국적: 영국
제작 시기: 1796년
크기: 91.4×122.2㎝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테이트 갤러리(Tate Bri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