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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Mar 13. 2023

봄마중

봄이 왔다. 마중을 나가자.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호수 주변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 3월의 시작은 꽃이다. 


2023년 3월 6일 월요일

아침부터 할머님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화단 가장자리에서 매서웠던 겨울 추위에 완전히 시들어버린 꽃양배추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쪼그린 자세로 길게 늘어선 화단을 이동하며 하는 작업이라 허리를 피지 못한다. 쉽지 않은 노동이다. 꽃양배추는 작년 늦가을 서리를 맞아가며 화단을 지켜준 고마운 식물이다. 봄의 시작은 지난겨울의 흔적을 지우며 시작된다. 화단에는 이미 파릇파릇한 새순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12월 7일에서 8일, 이틀 동안 심어둔 튤립 구근이 싹을 다 틔웠다. 튤립의 여린 싹은 이미 입춘이었던 2월 초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튤립은 4월이면 꽃대가 올라와 5월까지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나는 튤립이 화려한 시기를 학생의 성장을 보듯 묵묵히 기다릴 것이다.

아침 일찍 시든 꽃양배추 제거 작업은 시작되었다.

2023년 3월 7일 화요일

아침은 봄꽃 식재 작업을 시작했다. 화단에는 각종 봄꽃이 널려 있었다. 꽃은 화단에 그냥 심는 것은 아니다. 다 규칙이 있다. 적절히 배치하고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화단 모양에 어울리는 배열로 심어야 한다. 작업 관리자는 작업 지시에 여념이 없었다. 작업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은 모두 정성을 다 하셨다. 이제 누군가는 이렇게 심긴 화단에 봄을 만끽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아줄까? 새벽부터 화단을 조성하느라 힘들었을 오늘 하루를! 화단 조성 작업은 3월 8일까지 지속되었다.  


2023년 3월 9일 목요일

송해공원을 촉촉하게 만들 정도로 새벽에 봄비가 조금 내렸다. 둘레길 초입의 흙길에서 먼지가 일지 않아 좋았다. 공원에 한쪽에 나란히 3개의 연못이 있다. 연못 뚝길을 걸을 때 빛이 났다. 여름이 되면 연못에는 부들이나 수련 등 다양한 수생 생물이 우거진다. 흰뺨검둥오리는 남아 있는 수생식물 뿌리를 먹다가 낯선 나의 등장에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이때 눈길이 연못 수면에 나타난 작은 변화에 쏠렸다. 수면에는 숨을 쉬기 위해 올라왔다 급히 내려가는 두꺼비가 보였다. 연못 주변을 살피니 두꺼비 무리가 짝짓기 경쟁을 하고 있었다. 큰 몸짓을 자랑하는 암컷 두꺼비의 등에는 이미 작은 수컷 두꺼비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짝을 짓지 못한 두꺼비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짝짓기의 기운은 앙상한 풀숲에서도 느낄 수 있다. 새들의 날갯짓이 분주했다. 울음소리도 요란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어느 새가 한참 짓고 있는 듯한 새집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를 무리 지어 헤엄치는 원앙도 4월이 오면 짝짓기를 시작할 것이다. 낮의 최고 기온이 20 ºC를 넘기고 있다. 이제는 봄이 급행열차를 타고 오는 것 같이 빠르게 느껴진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봄 풍경은 휙 하니 지나갈 것이다. 봄은 찰나의 시간이다. 


2023년 3월 11일 토요일

낮 최고 기온은 25 ºC까지 올랐다. 햇빛은 만연한 봄이 왔음을 축복해 주었다. 상춘객은 넓은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한낮의 호수 분수에서는 물줄기는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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