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환희의 계절인 봄을 시샘하다.
새로운 계절의 시작에서 우리는 아름다웠던 지난 계절을 쉽게 잊는다. 꽃이 피고 연둣빛 싹은 올라오기 시작하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은 온통 새로운 봄에 쏠린다. 잊히는 겨울! 버림받기 시작한 겨울이 우리를 향해 내뻗은 마지막 손짓은 매우 차갑다. 꽃샘추위는 지난 계절에 겨울이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송해공원의 한 주는 영하로 시작했다. 일요일에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꿈나무 사계정원으로 이어진 다리에 고인 빗물에는 살얼음이 생겼다. 산책로에서 만난 참새, 박새, 직박구리와 같은 작은 텃새도 한껏 깃털을 부풀리고 추위를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비로 씻긴 하늘은 한 없이 청명했다. 오래간만에 느낀 차가운 공기는 잠이 덜 깬 몽롱한 머릿속을 깨끗이 청소해 주었다. 이때 호수면에서 '철썩'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를 따라 돌린 시선에는 원형 물결이 퍼지고 있었다. 물고기가 수면 위를 차고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만든 흔적이었다. 이제 수면 아래에도 봄기운이 스며들었음을 알려 주었다.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쌀쌀한 날씨에도 봄마중은 쉬지 않았다. 꿈나무 사계정원에도 꽃을 심었다. 아침부터 여성 작업자는 화단에 꽃을 심었고, 남성 작업자는 분주히 꽃에 물을 주었다. 이를 위해 지난주에 정원에 냄새가 강한 퇴비도 뿌려 놓았다. 정원 뒤에 조성한 텃밭에도 농사 준비를 위해 출입구에 비료를 잔뜩 쌓아두었다.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화단에 심어 둔 꽃들이 힘을 받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미 조성해 둔 화단에는 튤립 중 10% 정도가 꽃대를 올리고 꽃봉오리를 내밀었다. 쉬는 시간 복도로 나온, 갓 입학한 중학교 1학년 학생처럼 새들은 바쁘게 자리를 옮겨가며 지저귀었다. 청설모도 소나무 가지 사이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호숫가 한 모퉁이에는 흰뺨검둥오리 암컷 한 마리만이 자리를 잡고 다가가는 나를 보고도 날아가지 않았다.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산책길은 여전히 쌀쌀했다. 손이 시려 주머니를 손을 찔러 넣고 길을 걸었다. 꽃양귀비는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이름 모를 다양한 화훼 품종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3학년 담임 단톡방에 올렸다. 예쁜 꽃에 다들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산책 후 교무실에 들어와 앉으니, 선배 선생님이 꽃이름을 물어오셨다. 나는 당연히 꽃이름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몇몇 선생님이 "내가 모를 거라고 했잖아"하고 웃음꽃을 피웠다. 나는 Daum에 있는 꽃이름 찾기 앱을 작동시켜 보았다. '루피너스' 그 녀석의 이름이다. 생물 전공자라 해서 화훼종의 이름을 모두 알진 못한다. 꽃이 피는 형태로 콩과식물임을 추정해 볼 뿐이다.
3월 셋째 주 아침 산책은 매우 쌀쌀했지만 호수면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만들어지는 약한 그림자가, 햇빛으로 만들어진 그림자와 조금 떨어져서 함께 나란히 산책길에 동행해 주어 좋았다. 삶이란, 타인에 의해 비치는 또 다른 나의 그림자와 동행하는 것!
송해공원에는 겨울의 시샘 속에도 화단에는 소리 없이 봄이 피어났고, 호숫가 나무에는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