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노 쌤 Mar 25. 2023

기다림

세상의 모든 변화는 기다림 속에서 일어난다. 

수레바퀴는 같은 모습으로 돌지만 수레는 앞으로 나아간다. 계절은 수레바퀴처럼 윤회하고, 세월의 수레에 올라탄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간다. 매년 벚꽃은 시간의 수레바퀴가 한 바퀴 돌았음을 알려준다. 


사계절이 돌아 다시 오늘이 오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은 그 작은 꽃을 한 번에 모두 피어내어 나무 전체를 하나의 꽃처럼 만들어 버린다. 계절은 올해도 그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해주듯 기다림의 크기만큼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가득 피웠다.

24일 금요일 달성둘레길 걷기 행사를 위한 벚꽃은 피었지만,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2023년 3월 20일 월요일

송해공원의 주차장 한가운데 있는 벚나무는 이미 벚꽃을 피웠다. 하지만 호수 주변의 벚나무는 이제 겨우 작은 꽃망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22일 수요일

호수 주변 벚나무도 조금씩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제 마음에 묻어두었던 기다림에서 설렘을 꺼낼 때가 되었다. 

송해공원의 꽃축제는 화원 IC에서 옥연지로 이어지는 길에 가로수로 심긴 벚나무의 만개로 시작한다. 이 길에는 수령이 높은 벚나무들이 서로 나뭇가지를 길게 뻗어 맞닿아 있다. 만개로 만들어진 벚꽃 터널은 긴 시간 운전으로 지친 나의 출근길을 신혼부부를 위한 버진로드로 만들어 준다. 이 벚꽃 터널은 1년을 기다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벚나무 꽃터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24일 금요일

마침내 화려한 버진로드는 완성되었다. 하지만 화려함의 화룡정점을 찍어 줄 밝은 햇살의 스포트라이트가 없었다. 23일 목요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다음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화려한 만개로 가득 찬 순간과 함께, 기대치 않게 찾아오는 어느 순간의 부족함으로 완성되는 우리의 인생처럼......


한 주 내내 꽃샘추위는 없었다. 더 이상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지 않아도 되었다. 22일 수요일, 호숫가에 만들어 두었던, 원앙 관찰을 위한 천막이 철거되었다. 겨울 내내 호수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던 철새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호숫가에는 텃새가 된 가마우지가 한가로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물속을 잠수한 가마우지는 가끔 물고기를 입에 물고 올라왔다. 23일 목요일에는 호숫가에서 반가운 물고기들을 만났다. 큰 잉어와 베스가 헤엄치고 있었다. 깊은 물로 이동했던 물고기가 얕은 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번식기다. 24일 금요일에는 작년 가을 나를 보고 새처럼 '짹짹짹'하고 울던 다람쥐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심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작년 가을에 헤어진 후 오래간만에 친구처럼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웠다. 

튤립은 이미 꽃망울을 터뜨렸다. 올봄은 빠르다.

올해 벚나무는 작년에 비해 한 주 정도 빨리 개화했다. 3월 시작과 함께 기온이 너무 높았던 것이 원인이다. 3월 초에는 호수 주변으로 작은 날벌레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꽃샘추위로 잠시 주춤했던 날벌레도 이제 추위를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벚꽃과 함께 송해공원을 대표하는 튤립도 빠르게 개화를 하고 있었다. 정원의 일부에서 피어나던 튤립은 이제 정원 전체에서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었다. 산에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며 진정 봄이 되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성큼성큼 빠르게 다가온 봄은 성급했던 마음만큼 빨리 그리움을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사계절은 꼬리를 삼키는 '우로보로소'처럼 찬란한 시기를 삼켜버릴 것이다. 


옥포 벚꽃축제는 2023년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이어진다.

이전 03화 꽃샘추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