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를 소개하자면요.

by 장희은



자기소개하는 걸 가장 어려워 하는 인간.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쉽게 답 할 수 없는 인간이 나다. 난 그런 사람이다.



나는 늘 진리와 그 반대의 경계에서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종교와 과학, 집 안과 바깥 세상. 목회를 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해 진리로 가득 찼던 집 안과 다르게 집 밖을 나서면 경험할 수 있는 다른 세상은 자연스럽게 진리에 대한 의문으로 자리잡아 자라난 거다. 전혀 다른 두 개념과 공간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던 나는 어쩌면 그 경계 자체가 내 정체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서 아빠의 설교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아빠가 말하는 진리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했고, 항상 속으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교회에서는 성경을 읽으라 했지만 학교에서는 인문학 책을 읽으며 인간의 진화와 기원을 학습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점점 세상은 흑과 백의 논리로 나뉘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경계의 선은 불명확하다는 것을 깨달아온 나는 아직도 그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 서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 나만의 정의를 얻고 싶었다. 내 글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일기로 시작해서 작은 산문, 짧은 소설,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글의 양식에 여전히 흥미를 느끼고 있는 나는 나를 정리해가고 있는 과정의 한 순간에 다다랐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만의 정의를 얻었냐고? 아직, 그렇게 시작된 내 삶의 여정은 아주 길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어쩌면 평생의 여정이 될 수도 있다. 내 경계 속에서 나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기. 하지만 그 정의는 나를 닮아 아주 유연하겠지. 유연한 정의는 점점 커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점점 커져가는 내 세상을 구축해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