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육아 휴직하는 게 오히려 더 경제적인 이유
우리 집은 애가 셋이고, 남편과 나는 같이 육아휴직 중이다. 남자 육아휴직자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부부가 둘 다 휴직한 경우는 많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둘이 같이 쉬는데 생활이 되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와 같이 가까운 관계는 아예 대놓고 우리의 수익을 물어보기도 한다. "둘 다 쉬면, 돈은 나와? 얼마나 나와? 언제까지 나와?"
그래서 사실 모두 궁금해하지만, 대놓고 묻기엔 껄끄러운 돈 이야기를 이번 편에서 다뤄볼까 한다. (우린 돈 이야기도 기꺼이 할 수 있는 브런치 가족이니 말이다. ^^)
둘이 쉬어도 생활이 돼?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완전 YES다.
이달로 동반휴직 6개월 차에 접어든 우리 집은 풍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맞벌이를 할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지내고 있다.
왜냐하면 휴직을 해도, 매달 통장에 590만 원이 찍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급여 460만 원과 셋째 부모급여 100만 원, 그리고 아동수당 30만 원이 더해져서 말이다. 현금 외 정부지원금까지 따진다면, 그 금액은 더 올라간다. 기저귀 바우처 18만 원에, 아이돌봄서비스 정부지원금 80만 원을 더하면 매달 688만 원을 버는 셈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사실 첫째 태어날 때만 해도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혜택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땐 육아수당 30만 원과 아동수당 10만 원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2년 뒤 둘째가 태어나니, 월 100만 원 부모급여가 생겨났다. 아이를 낳으면 첫 해는 매월 100만 원, 두 번째 해는 매월 50만 원씩 준다는 것이다. 내 연봉은 매년 2~3% 오를까, 말까인데, 신생아 연봉은 2년 만에 무려 40%가 올랐다.
그로부터 2년이 또 지나니 유급휴직기간이 1년에서 1년 반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한 아이에 대해 부모가 연달아 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휴직자에게 수당도 최대 450만 원까지 챙겨준다고 했다. 아이를 한 명씩 낳을 때마다, 전에 없던 깜짝 선물들을 이렇게나 많이 챙겨주니, 정부가 저출생 해결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것 같았다.
이쯤 되니 휴직은 안 쓰는 게 손해였다.
물론 이 금액을 유급휴직기간 내내 받는 건 아니다. 부모수당도 2년이면 끝나고, 육아휴직급여도 휴직개시 첫 6개월만 많고, 그 이후 1년 간은 월 160만 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그래도 부부 공동 육아휴직은 맞벌이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먼저, 맞벌이를 하면 벌어들이는 소득만큼 소비도 많아진다. 휴직하면 쓰지 않아도 됐을, 품위유지비와 교통비(주유비), 그리고 자녀돌봄비가 매일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월급 받아서 시터이모님 다 가져다 드린다'는 말처럼, 나를 대신하는 모든 것에는 그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이 같이 휴직하면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품위유지비, 교통비, 자녀돌봄비는 물론이고, 주거비까지 줄일 수 있다. 출근하지 않으니 굳이 임대료가 비싼 서울살이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직 후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비용은 절반 이상 줄었는데, 넓어진 집 크기에 삶의 질은 배 이상 올라갔다.
게다가 휴직으로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중위소득 80% 이하 대상의 정부지원 복지서비스를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저귀 바우처와 아이돌봄서비스('가'형)가 있다. '기저귀 바우처'는 중위소득 80% 미만의 다자녀 가구의 자녀에게 만 2세까지 월 9만 원씩 기저귀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고,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베이비시터다.
기저귀 가격을 지원해 준다고 하면, 코웃음 치며 '기저귀가격 뭐 얼마 하겠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티끌모다 태산이라고, 매월 9만 원씩 2년이면 무려 216만 원이나 된다. 우리는 만 2세 이하 자녀가 둘이나 있으니, 432만 원이나 더 번 셈이다. 게다가 시간당 12,000원이 넘는 아이돌봄서비스도 2,500원에 쓰고 있으니, 휴직으로 파생된 수익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함께 휴직을 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 출근 스트레스, 업무 스트레스, 직장 내 인간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 난임부부였던 우리에게 자연적으로 셋째까지 찾아왔다. 이보다 더 확실한 건강 개선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ㅎㅎ. 게다가 요즘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있는 시간 동안 남편과 각자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하니, 삶이 전보다 훨씬 더 윤택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말하면 입 아프고 말이다. ^^
그러니, 둘 다 쉬는데 다섯 식구가 먹고살 수 있냐는 걱정은 넣어두길 바란다. 우린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집에 출근하는 사람은 없어도,
다섯 식구 모두 잘 먹고 잘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