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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Nov 22. 2023

결혼 후 돈 관리, 어떻게 하나요?

통장을 합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너희 집은 돈관리 누가 해?


기혼남녀들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돈관리 방법에 관한 것이다. 특히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이는 굉장히 민감한 주제기도 하다. 왜냐하면 경제권은 결혼생활의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냐 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결혼을 했으면, 통장도 하나로 합쳐서 결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 세대 때만 해도 아내가 돈 관리를 하고, 남편이 용돈을 받아쓰는 집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월급 통장을 따로 관리하는 집이 많다. 공금 지출 목적으로 만든 생활비 통장에 매월 일정금액을 입금하는 의무를 다하면, 그 외 수입과 지출을 터치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의 30대 초반 부부 중에서는 통장을 합친 사례가 거의 없다. 곧 결혼을 앞둔 친구 역시 생활비통장은 만들되 통장은 합치지 않는다고 했다.




"통장을 합쳐야 돈을 빨리 모아"


주변에서는 통장을 합쳐야 돈을 빨리 모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통장을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가계의 모든 수입을 관리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붙는다. 먼저, 경제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의견이 합치돼야 한다. 단순히 주변에서 돈관리를 여자들이 많이 한다며 아내에게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권은 둘 중 돈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  


절약은 물론이거니와 돈을 불릴 수 있는 재테크 능력과 리더십까지 겸비해야 한다. 의견을 합치되지 않고, 어영부영 경제권 주체를 정하게 되면 부부 사이여도 '어디 한 번 잘하나 두고 보자. 실수하면 내가 경제권을 빼앗아 올 거야'라는 마음이 싹틀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전체적인 큰 그림은 부부가 함께 그려야 한다. 경제권을 넘겨줬으니 '알아서 돈을 많이 불려'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냥 믿고 맡겨'라며 배우자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나중에 큰 화를 당한다. 돈을 모으는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한 세부 계획도 함께 정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모으는 그 길고 힘든 고행의 과정을 함께 잘 이겨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기적으로 가계 재무 상황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통장을 하나로 합치면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돈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집이 돌아가는 상황에 무관심해지고, 무지해진다는 거다. 한 사람만 가계 운영의 모든 걱정과 짐을 떠 앉고 있으면, 나 홀로 천하태평인 배우자가 원망스러워질 수 있다. 


이쯤 되면 느꼈겠지만, 단순히 통장을 합치는 건 돈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픈 통장 합치기로 가정의 불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신뢰의 경제학


'신뢰의 경제학'은 거래를 할 때 서로 간의 신뢰가 있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기업에서 많이 쓰는 용어지만, 부부 사이에서도 신뢰가 있다면 불필요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돈을 각자 관리한다. 하지만 생활비통장은 없다.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주거비용과 공과금 등은 남편 통장에서 나가고, 생활비 등은 주로 내 카드로 결제하긴 하지만 지출항목별로 담당자를 정한 건 아니었다.


생활비를 내고, 남은 돈이 없다면 남편에게 말한다. 그럼 남편은 내 통장으로 돈을 이체해 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통장에는 이름표가 붙어있지만, 그 안의 돈을 네 돈, 내 돈이라고 구분 짓지 않는다.


"돈을 어디에 썼길래 잔고가 없냐"며 따져 묻지도 않는다. 서로가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내부경제로 잔고가 바닥을 보이지 않으니 비상금을 만들거나, 뒷주머니를 찰 필요도 없다. 


그러다가 큰돈이 필요하면 그때 서로 통장을 오픈한다. 따로 관리해도 많은 돈을 모았다. 바라보는 곳이 같고, '나'가 아닌 '우리'에 무게를 둬서 가능한 일이다.


결혼 후 돈을 모으려면 통장보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을 일치시키는 게 먼저다. 부부는 한 배를 탄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꾸준히 소통하며 배를 운항해야 한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당신을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다.


통장을 합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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