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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마사 Oct 09. 2024

만나는 사람 없다며?

소개팅 필패의 역사

40대의 어느 날이었다. 대형 유통마트에서 근무하던 수달이가 소개팅을 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해왔다. 시장일을 하던 수달이는 어느 날부터 대형 유통마트에 합격해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대형 유통마트의 특성상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다. 계산대도 그렇고 시식이나 시음 쪽에도 여성 직원들로 가득했으니까.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여자 직원이 많은데 나 좀 소개해 달라는 소리를 자주 하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수달이도 계속해서 소개팅을 알아보고 있었고 드디어 한 건이 성사된 것이다.


당시 내 나이는 40대 초였고 상대도 나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연상은 아니고 연하였고 마트에서 자시 소개팅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는 처자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번에 잘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만남의 장소로 나갔다. 소개팅은 여자쪽에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성사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기대를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둘 다 40대 이긴 했지만 그녀는 40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관리를 잘해서인지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동안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를 썩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이로만 따지면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데 말이다. 이번만큼은 솔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의욕에 불타올랐던 것 같다. 소개팅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는 그녀였다. 나만 잘하면 이후로는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고 2차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소개팅 전에 맛집 검색을 통해서 예약을 한 곳인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부정적인 느낌은 가능한 지우려고 애썼다.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2차를 마무리하고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더니 정중히 거절을 하더라. 대신 다음에 보자는 약속을 했다. 어쩌면 승낙이 아닐 수도 있다. 안된다라는 말을 안 들었을 뿐이니까.


소개 팅 이후에는 잠시 기대를 가졌었다. 분위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앞으로 잘하면 좋은 인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달이도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정도였다. 다음날 그녀에게 소개팅이 어땠냐고 물어 본 모양이었다. 그녀의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왜 그날 이후 만나주지를 않는 것일까? 문자를 보내면 답이 오기는 하는데 그다지 성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애꿎은 커피 쿠폰만 계속해서 소모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수달이가 심각한 말투로 만나자고 했다.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수달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ㅇㅇㅇ야. 내가 아주 X 년을 소개해 줬다. 정말 미안하다."

"잉? 그게 무슨 말이야?"

"저번에 소개팅 해준 그 아가씨 말이야. 이번 주에 결혼한단다."


순간 머리를 해머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 소개팅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처자가 며칠이 지나서 결혼을 한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알고 보니 그녀가 소개팅을 해달라고 말을 하고 다닌 것은 연막이었다고 한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뭐가 되는가? 혹시 내가 결혼 상대자보다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환승을 목적으로 한 것일까?


도무지 이해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가 않았다. 그녀는 왜 소개팅을 해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르고 다녔으며 나와의 소개팅 자리에는 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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