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vs. 우리 것

by 너울

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는 자격이 아니라 자질을 말하고 싶습니다. 두 개념은 확연히 다르며, 이 자격과 자질의 간격을 좁혀가는 것이 결국 강사의 진정한 실력이 될 것입니다.

그 실력 중 한 가지가 바로 응용력입니다. 응용력은 창조력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지만, 가장 빠르게 창의성을 길러내는 것은 결국 모방이며, 저 역시 모방을 즐기는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강의에는 늘 주어지는 교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강의의 대부분, 특히 국비 과정은 정해진 교재대로 해야 합니다. '내 맘대로'가 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더 갈급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교재를 가지고 다르게 강의할 수 있는 강사가 되어야 비로소 '내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재를 읽어주는 것은 누구나 합니다. 그건 강사 자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을 원했습니다.


저는 다음의 과정에 시간을 넉넉히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교재에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

당연하다고 읽었던 문장에서 당연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는 시간. 글자로만은 해석이 어려운 뒷배경(철학)까지 교재에서 속속들이 찾아내는 시간.


특히 치매 파트를 교육할 때 참 많은 도서와 영상들을 만났습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이 시간들이 축적되어 오늘의 제 강의를 채워주었습니다. 그저 같은 강사들 속에서 조금은 다른 강사로 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고, 제 강의를 듣고 조금은 더 지혜로운 삶을 향해 가실 분들을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바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제가 왔던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연구비를 받는 강사"가 된 것입니다.


요양보호사 양성 강사로 17년을 강의하며 SNS와 만나 또 다른 강의장이 열렸고, 주제가 다르고 내용이 다른 강의를 할 때마다 역시 모방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 김옥수라는 이름으로 교재 집필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023년 인지활동지도사 과정부터 2024년 병원동행매니저, 생활지원사 양성과정까지 이어졌고, 교재와 부교재로 사용할 강의안(PPT)까지 모두 제 몫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시던 원장님은 새로운 과정이 승인되면 언제나 첫 기회를 다른 강사가 아닌 저에게 맡기셨고, 자연스럽게 과정 개발 연구도 제가 시작이 되니 그 시간에 대한 노고를 인정해 주신 것입니다.

알람과 함께 입금된 돈은 "연구비"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강의할 내용을 강사가 준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연구한 모든 내용을 '내 것'에서 '공용'으로 넘기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뜻 내어줄 거라 생각하신 원장님의 믿음이 연구비라는 항목이 되었고, 저는 그 말대로 모든 강의 내용을 공용으로 돌립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배움의 진짜 목적은 남 주기 위함이다"라는 말을 제 입으로 뱉으면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모든 강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교육원 소속에 계신 강사님들은 연구라는 내용에 가깝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수업이 되고, 그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알기에 원장님은 연구비를 주시면서 나눔을 하기 원하셨던 것입니다.


이제는 저도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즐깁니다.

똑같은 내용의 글자여도, 글자에 생명력을 붙이는 것은 강사의 경험과 그 경험을 나누려는 진정한 마음으로 이루어집니다. '내 것'을 기꺼이 '우리 것'으로 공유할 때, 비로소 그 지식은 죽은 글자가 아닌 살아 숨 쉬는 강의가 됩니다.


결국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비밀'은 타인의 인정이나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나만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는 용기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 것'을 나눌 때 '우리' 전체의 강의 수준이 올라가고, 그것이 다시 저를 더 연구하게 만드는 선순환의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이 나눔의 철학으로, 앞으로도 늘 성장하는 강사로 남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