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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Aug 23. 2024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서로를 포개어 가는 인생

저는 모든 일이 케어라고 생각합니다. 케어는 일본어로 옮기기 어려운 말인데 저는 “마음을 쓰다”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무언가 힘든 일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공유하는 것,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을 내미는 것, 그렇게 내어주고받으며 서로의 인생을 포개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카피라이터 사와다 도모히로  

   


아침 독서에서 만난 이 구절 때문에 사색이라는 기쁨을 만끽한 하루가 되었다. 포개어 가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나만의 답을 내어 놓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돌봄”이라는 주제는 내 강의의 주재료다. 요리사처럼 주 재료가 선정되면 부 재료들을 찾아 나선다. 맛깔남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적절한 부재료를 찾아 어떤 조리법으로 첨가할지 그 방법들을 고민한다. 내 요리는 한 사람의 만족으로 끝나면 안 된다. 돌봄은 늘 둘 이상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반드시 첨가하는 필수 부 재료가 있다. 그건 “관계” 다. 포개어 간다는 말도 결국 서로가 상대를 배려하며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간격과 힘을 조절해야 포개짐이 편안할 수 있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포개짐이란 결국 한 사람의 질식으로 끝나버리는 참사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나만의 방법으로 강의에서 풀어간다. 그 이야기를 이제는 글로 남겨야겠다.     


대한민국은 연령과 무관하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어놓은 이유들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보아 온 노인세대를 침범한 우울의 정체는 “고독‘이다.     

 

“어르신.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식이 자주 전화한다.” 또는 “ 자주 찾아온다. ” 이런 답을 하신다. 자식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저기 가면 언제 나를 반겨주는 할매가 있어.” 이렇게 주변인의 관계가 좋을 때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반대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식이 있어도 내가 죽었나 살았나 궁금해하지도 않아.” “어디 가도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거든.”


관계가 좋으면 천국이요, 관계가 나쁘면 지옥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모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인지심리학자이자 교수님이신 김경일 박사님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원숭이, 개, 바나나의 세 단어를 제시하며 두 개를 묶어보라고 했다. 대부분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는다.     


그런데 동일한 질문을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제시한다면 원숭이와 개를 묶는 답이 나온다고 한다. 원숭이와 개는 동물이라는 범주에 포함이 되고 바나나는 식물이니 그 범주에서 제외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동양인들은 아주 당당하게 동물과 식물을 묶었다. 동양 과학자 역시 같은 범주로 분류하고 있어 김경일 박사님이 질문을 했고,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원숭이와 바나나는 모정의 관계가 있잖아요.”     


관계는 과학도 침범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찍이 “함께”를 부르짖으며 살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 특성이나 역사적 배경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뒤로 밀어 놓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해결점을 찾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서 살지 않는 이상 이 모든 사실은 인정하고 받아들여 적용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이제 관계의 중요성은 모두 인식했으니 그 관계를 어떤 방법으로 잘 다듬고 정리해서 아름답게 가꾸어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만나게 되어 하나의 연결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름을 전제로 두고 접근해야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간격과 힘을 조절하며 다른 객체에게 다가갈 때는 서서히라는 발걸음을 꺼내야 한다. “나”라는 것은 잠시 뒤로 밀어둘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관심여부가 보인다.    

  

생활지원사 강의할 때 강조하는 내용이다. 어르신의 집에 가서 30분의 시간 동안 돌봄을 해야 하고 , 주 2회 3분마다 전화로 안부 확인을 해야 한다.      

신체가 건강한 분들이니 신체 돌봄을 제외한 심리적 돌봄이 대부분이다. 난 이 방법도 실기로 풀어간다.    

 

“핸드폰을 꺼내보세요. 유튜브 어플을 클릭해서 옆에 앉은 짝꿍과 교환을 합니다. 짝꿍 핸드폰 받으셨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짝꿍이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지 탐색하세요.”    

 

서로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탐색중이다.

열심히 짝꿍 핸드폰을 바라본다. 일정 시간을 주고 나면 이제 과제를 제시한다. 옆 짝꿍을 처음 만났다고 생각하시고 대화를 이어가 보라고 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아직도 인사를 건네고 나면 주저한다. 답을 이미 유튜 브어플에서 확인했는데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1인 1 폰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나의 취미와 관심여부를 모두 기록해 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대변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전처럼 만나서 질문을 하고 관찰하며 상대방의 관심여부를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 어르신 역시 즐겨보는 유튜브 내용이 트로트 노래 라면 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시도해야 반갑게 나를 바라봐 준다. 더불어 유튜브를 시청하지 않는다면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려가며 주로 시청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얻어내는 것이 거리의 밀착감이다.  좋아하는 주제를 알고 그 주제에 맞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나의 노력이다. 애를 쓰며 마음을 쓰며 다가가려는 모습은 감춘다고 감추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상대방의 눈에 보이게 되고, 마음은 들키게 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상대방도 간격과 힘을 조절한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다가서서 포개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멀리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쓰며 돌아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포개고 싶은 믿음을 주는 사람인가? 더불어 난 어떤 사람에게 나를 내어주고 싶은 걸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인생이라면 오늘 주어진 이 하루도 포개어짐에  편안한 미소가 절로 흘러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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