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유구유언 16화

님의 침묵! 여기서 ‘님’은 누구?

-님은? 조국(나라), 시민, 가수, 태승, 헛헛한 마음---.

by 이태승

2022년 5월 14일(토), 신라호텔에서 친구 딸 결혼식이 있었다. 예상한 대로 스테이크도 먹었다. 맛있었다. 스테이크 크기가 초코파이보다 작으니, 더! 현미 누룽지보다 더? 그건, 아직 글쎄다. 우리 집 파산할까 걱정했는데, 한 시름 놓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그래서 그런가?! 암튼, 촌놈 출세했다.


스테이크 이야기를 前菜(전채) 요리 삼아 말했으니, 여러분이 즐길만한 주요리로 가겠다. (최고급인 신라호텔에 관한 내용이라면, 전채 요리보다는 애피타이저로, 주요리보다는 메인디쉬로, 그래야 조금 어울리지 않나?! 에끼, 이 사람아! 정신 차려!! 어디서 못된 걸 배워서.)


알겠다. 여러분이 즐길만한 주요리, 곧바로 등장한다. 한우 갈비, 궁중 전골 요리, 철갑상어알(캐비어) 또 뭐 있었더라?! 엄청나게 많이 있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름도 워낙 어려워서.


용서하라. 사실대로 말한다. 위에서 말한 요리 먹지 않았다. 다른 것 먹었다. 이름은 정말 생각나지 않는다. 스테이크와 국수는 먹었다. 총 5종류였다. 주요리는 연예인 이야기다. 안 그런 척, 하지 마라. 연예인 이야기 다 좋아하면서. 자, 그럼 간다. 드디어 등장한다.


짜잔~ 하고 등장하지 않았다. 품위 있게 등장했다. 천~천히. 앞 순서에서 연주했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합주가 막 끝나가면서.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발라드 가수입니다. 00000 멤버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0현!’ (와와, 휘이익, 짝짝~짜자작)은 아니었다. (시간, 장소, 상황에 알맞게) 그냥, 짝짜작자ㅈ---데크레센도(점점여리게).


가수 0현이 등장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노래 한 곡을 불렀다. 그 후 0현의 말이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이 제 팬이라고 듣고 왔습니다. 근데 와서 확인하니, 아니라고 합니다. 좀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신랑분이 팬인가 해서, 묻습니다. 어느 분이 제 팬입니까?’


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살짝 어색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0현이 말한다.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프로다. ‘혹시 두 분 모두 제 팬입니까?’ 문제는 정말 쉬웠다. 신랑/신부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인 듯, 큰 소리로 ‘넵/네’.


다시 한번,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두 번째 곡을 부르고 갔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0현님은 갔다. 얼굴 가린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고 노래하고, 그렇게 님은 갔다. 그잘 생긴 얼굴 한 번 보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님은 갔다. 누굴 원망해야 하나. 다 그놈의 코로나19 때문이지.


잔칫날답게, 성황리에 결혼식이 잘 마무리되었다. 우리 친구들 모두 매우 기뻐했다. 아주 가깝게 만나는 친구 모임에서, 처음으로 자녀를 결혼시킨 일이었기 때문이다. 축하해! 가0아!


어제(5월18일), 혼주였던 친구 가0과 통화했다. 수고가 많았다는 인사와 더불어 ‘이젠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통화를 마치려는 순간, 갑자기 궁금증이 발동했다.

태승: 0현, 축가 비용 얼마 들었어?

가0: 이천만원!

태승: 그랬구나. (웃으면서) 마스크 벗고 했었으면, 한 삼천만원 아니면 사천만원 줬어야 했나!

가0: 그러게. 잠깐이라도 한번 마스크를 벗어 주지.

태승: 어쨌든, 수고 많았다. 잘 끝났으니, 이젠 행복만 남았지!


예상은 했었다. 나도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0현 축가 비용 말이다. 이천만원! 노래 두 곡에! 시간은 약 5분~7분 사이에! 신랑/신부 그 어느 쪽과도 전혀 연고도 없는 사람이! 어느 사람 연봉에 가까운 돈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으면서도, 실제로 확인하니) 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느낌과 감정을 무슨 말로 다 하겠나?! 할 말이 없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떠 오른다. 특기를 발휘해, 누구누구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그들 사는 형편을 알고 있다. 사는 형편도 일일이 거론할 수 없다. 정말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말이다. 瑤池鏡(요지경) 세상이다. ‘속 내용이 알쏭달쏭하고 복잡하여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 말이다. 빈부의 양극화, 정말 심한 거 아닌가. 이렇게 해도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즐거운 이야기로 출발했다가, 무거운 이야기로 바뀌었다. 친구 가0에게 실례인지도 모르겠다. (본뜻은 그게 전혀 아니니, 이해해주길). 함께 살고, 또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 괜한 걱정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주빈석에 있었다. 결혼식 과정의 장면을 비교적 잘 지켜볼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도 골고루 먹었다. 와인도 마셨다. 설마, 여러분 중 내게 욕을 하는 분은 없겠죠. 비싼 음식 먹고, 헛소리한다고! 화난다면, 용서 바란다. 촌놈 上京記(상경기)라고 이해해주길.


가0아! 다시 한번 축하하고, 앞으로 더욱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랄게. 이번에 결혼한 딸/사위 가족도 말이야. 모두 모두 행복하길!! 이 글은 어떤 사정으로 인해, 결혼식 날짜를 바꾸어 쓴 거다. 축가 부른 가수가 직접 연락 온 건 아니다. 방송국의 사정도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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