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봐도, 부정하다. 그냥 봐도, 지저분하다.
2022년 6월 1일(수),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사전투표는 했지만,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관심이 덜 간다. 난, 그러면 안 되는데---. 선거가 원래 그런 건지 몰라도, 이젠 좀 신물 난다. ‘진흙탕에 개싸움’이다. 상대방의 허물을 들춰내는데, 온 힘을 다한다.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게 그들의 전략인가. 개싸움으로 변질한 모습이다. 개 (개)무서워하는데. 점점 싫어진다. 난, 그러면 안 되는데---.
어제, 영화 <자산어보>를 봤다. 약 200년 전, 시대적 배경이다.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삼 형제가 나온다. 탐관오리들의 횡포도 보여준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부정한 관리들은 항상 있었다. 백성들의 膏血(고혈)을 빨아 먹는다. 영화에 몇몇 당시 실학자들의 이름이 거론돼서 생각났다. 난, 그러면 안 되는데---.
“20세기 이후 한국 사회가 홍대용이란 이름 앞에 붙인 ‘지전설을 주장한 실학자’란 수식어를 벗겨내면 지배계급의 일원이었던 홍대용 가문의 실체가 드러난다. 관직을 수단으로 백성을 쥐어짜고자 했던 행각은 그 실체의 일부다. 홍대용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숙부도, 모두 관직에 있으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했다. 오늘날 한국의 지배계급을 둘러싸고 있는 호사스런 말을 걷어내면 그 뒤에 무엇이 있을까?” (강명관-인문학 연구자)
2007년 3월 초,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장으로서 했던, 신입생 환영사 일부다. 그대로 옮긴다. 인천대공원 산책길을 걷다가 겪은 일이다.
[“2월의 어는 날이었습니다. 겨울 가뭄을 해소한 비가 내렸습니다. 맑게 갠 그다음 날 오후, 저는 운동하러 집 부근의 공원을 향해 갔습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고, 햇살은 움츠러들었던 저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입술에서는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 하네.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이 낮고 낮은 땅 위에---.
그런데 공원 입구에 다다랐을 즈음, 저는 더는 앞으로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부셔 앞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십여 미터쯤 앞 바닥에서 강렬한 빛이 제 눈을 뜨지 못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저게 뭐지? 다가가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조그맣게 팬 곳에 물이 괴어 있었을 뿐입니다. 물 밑을 살펴보았습니다. 흙먼지가 가라앉은 지저분한 빗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강렬한 빛이 나왔던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아! 바로 저것 때문이었습니다. 태양이 그 지저분한 물을 비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식어를 벗겨낼’ 필요도 없다. ‘물 밑을 살필’ 필요도 없다. 그냥 봐도, ‘부정하다’. 그냥 봐도, ‘지저분하다’. 누구? 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