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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01. 2022

얽매이기 싫어

그냥 내가 선택할래

"실장님은 따로 스케줄을 받으시는 업체가 있으세요?"


 코로나 팬데믹이 뉴 노멀이 되고, 이제 더 이상 '코로나가 끝난 다음에...'라는 국민 핑계를 점점 대기가 어려워지는 시간이다. 덕분에 나도 매주 토요일마다 웨딩 업체로부터 많은 구애를 받고 있다.


 오늘도 물론 스케줄을 받아 수원까지 갔는데, 우리 집에서 수원은 꽤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장비 포함 평균 이상의 페이를 제시한 구인 글에, 포트폴리오를 냈고, 내가 선정되었기에 이 스케줄을 수행해 낼 수가 있었다. 


 사실 신부 대기실 및 로비 촬영, 그리고 본식 촬영까지, 나에게 주어진 잠깐의 짬도 없다.

계속해서 신랑 신부, 그리고 혼주분들을 혼신을 다해 담아드려야 하고, 그것을 원하여 그분들께서 기꺼이 웨딩 스냅 업체에 페이를 지불하셨을 것 이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판 촬영 이후 연회장 촬영까지 페이에 포함하여 제시하는 곳들도 많은데, 그럴 때 드디어 여유가 생겨 메인작가 혹은 대표와의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게 된다.

 오늘도, 저 질문을 받았고 나의 이제 달라진 태도를 대변하듯,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였다.


"네, 따로 없고요, 제가 원할 때 조건 맞는 업체가, 저에게 기회를 주면 촬영에 임하는 편입니다."


 Again (brunch.co.kr) 작품에서 기고드렸듯, 웨딩 스냅을 다시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이제 '다음 주' 결혼하는 내 친구가 나에게 웨딩 스냅을 의뢰했기 때문에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실 방아쇠에 불과했고, 내가 가지고 싶던 나의 부캐는 '상업작가'였다.


 인스타 그램을 한창 하던 때에, 시답잖게 모델 촬영한다고 으스대는 계정들이 몇 있었다. 

나중에 조금 친해져서 물어보니, 직접 '돈'을 주고 촬영한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돈을 주고 촬영하면, 당장 몇 번은 포트폴리오를 챙겨, 본인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왜 엄한 사람들한테 돈을 주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나는 사실 사람이 아닌 피사체를 더 좋아한다. 풀들도 좋아하고, 꽃들도, 그리고 밤에 나가 이름 모를 골목들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지나갔을 법 한 피사체를, 나만의 감성으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내가 좋은 것이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추측 컨데, 나도 '상업작가'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인물 촬영, 상업촬영 등을 보며, '부럽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저렇게 해야 작가님 소리를 듣는 건가...? 하는 갈망도 있었고, 나의 본 수입의 대부분은 우리 가족 부양을 하는데 쓰인다. 그게 맞는 거고 그것에 대해 나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하나, 그 수입원 이외로, 내 취미를 위한, 하다못해 친척들의 아이들에게 돈 5만 원씩 쉬이 쥐어줄 수 있는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웨딩 스냅을 배우기 시작한 거 같다.


과분한 사랑 (brunch.co.kr)에서 기고했듯, 첨부터 웨딩 상업작가로 입문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으나, 진심을 담아 촬영에 임하고, 어떠한 피드백이든 수용하려는 모습들을 보이며, 결과물들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기회를 많이 받았고, 거리가 멀건 가깝건 간에 '촬영 기회'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안정적인 일감을 얻고자 몇 개 업체로부터 많은 스케줄을 몰아 받기 시작한 때였다.


 "그래, 거래하는 업체는 몇 개나 돼?"라는 말을 지인분들이 호기심 삼아 많이들 여쭤보는데, 나는 이때까지는 몇 개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햐면, 대부분 내 동료들은 '정규직'이다. 고용의 불안이 없고, 크게 잘못하지 않는 이상, 월급이 깎이지 않고 매년 조금씩은 올라가는 직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일감을 주는 업체가 있다면, 어차피 네가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그게 더 나을 거 같다고들 많이 조언해 주시기도 하였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상업작가로서의 부캐를 갖게 된 이후, 첫 '성수기' 바로 9월부터 10월까지이다. 벌써 9월의 모든 스케줄을 무리 없이 처리하였다. 사실 9월 스케줄의 대부분을 '미리 받아둔 스케줄'로 채워놔서, 스폿성으로 [급구]라는 제목을 단 고단가 촬영 구인 글을 보며 한숨밖에는 쉴 수 없었다. 물론, 그 구인 글에 지원해서 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지금 내가 받기로 한 금액에 비해 꽤나 많은 차이가 나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아쉬움을 경험 삼아, 11월부터는 '그때그때' 구직하기로 하였다.

미리 스케줄을 받아놔 내가 쉬고 싶을 때 쉬지도 못하고, 적은 금액에도 아쉬워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웨딩 스냅 부업 일은 앞으로도 어쭙잖은 관계에 얽매여서 나의 이익을 침해받고 싶지 않다. '저 스케줄을 받을걸...' 하는 후회 말이다. 금액적으로도 그렇고, 거리적으로도 내 이익에 부합하는 스케줄만 하려는 참이다. 아울러 돈 몇 푼 주지도 않으면서 정말 주저리주저리 1부터 100까지 요구사항을 내는 어처구니없는 업체들과도 일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두 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업체가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요구사항을 그렇게 내는지...


 이렇게 사람이 성장하고 적응해 가나보다. 처음에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리를 잡으면 '내 이익에 부합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받을 건 받고, 거를 건 거르게 된다. 물론, 내가 선보이는 '결과물'이 시장에서 통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내 부캐만큼은, 어느 한 곳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시장에서 선택받는 결과물을 내 보이며, 내 가치를 입증해 나갈 생각이다." 

그때그때, 내가 필요할때만 손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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