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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29. 2022

남한테 피해

저런 사람은 '피해'야...

 관계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brunch.co.kr)라는 글에서 기고했던 것에 추가로 이야기를 할 것이 생겨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이전 기고문의 뒷단 락의 핵심 내용은 "관계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늘은 바로 그 글을 쓰게 만든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저희는 이 기능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네, 확인해 보니까, 3rd 서버로부터 받은 데이터가 A, B, 혹은 아예 없을 경우에 대해 해당 팝업으로 블로킹 처리하고 있어요"

"데이터 확인은 불가한가요?"

"네 제가 이 쪽 기능에 익숙지 않아서요, 혹시 서버 쪽에 확인 요청해서 데이터를 받아보실 수 있나요?"

"저는 업무 할 때 최대한 님께서 잘 협조해 주실 거라고 알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네...? 그게 이거랑 어떤 연관관계가 있죠? 님께서도 직접 서버 쪽 하고 연락을 하실 필요가 있죠"


 오늘 오전에, 위에 이야기 나눈 것처럼, '가' 팀의 담당자 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실 원래 대응해 주던 내 동료가 있다. 그 동료가 대응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던 터라 그냥 내가 알음알음 대응을 해오고 있었다.


 같은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항상 대응해오던 사람이 아닌 경우엔, 물리적으로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팀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다. 언제나 자기네 업무 First다. 그런 식으로 위에 이야기를 '가'팀의 a담당자와 이야기 한 이후에, 소위 내 '삔또'가 상해버렸다. 


 사실, '가'팀은 우리 팀에 고객이 아니다. 금전적으로 우리와 정식 계약을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고생한다 격려해 준 적도 없다. 그저 자기네 필요할 때 찾는 '콜센터' 느낌으로 우리를 대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뭐 맡겨놓은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가 '을'로서 일하지만,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찾아서 일을 한다고 자부해오고 있다. 물론 여기 큰 전제조건이 하나 깔린다. "내가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비로소 진지하게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 팀의 담당자들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팀에 금전적으로 펀딩 한 적이 없다. 내 입장에서는 '얹혀가는 팀'일뿐이다. 그렇지만 기능적으로 바라는 건 많은 느낌? 

 좋다. 그럴 수 있다. 업무 하다 보면, 당장 돈이 없는데, 위에서는 하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러면 '고마움'을 상대방에게 직접 표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돈보다 더 중요한 '페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걸 바랐다면, 그리고 받았다면 이런 글을 쓰진 않았겠지...


 다 좋다. 페이도 없고, 감사 표현도 없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드라이하게 서로 할 일만 딱딱 잘해도 서로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함께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가 팀이 문제인지, a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내가 오늘 대응해본 a가 일하는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을'주제에 네가 맞춰야지 왜 a보고 맞추라고 하냐고? 사실 나도 아쉬울 게 없다. 이런 업무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 팀을 선택하지 말고, 스스로 펀딩 해서 알아서 독립해 나가길. 정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나는 하나도 아쉬울 게 없다.


"서버 담당자님, 혹시 해당 API를 호출했을 때 받은 값이 null일수도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특정 조건에 따라 그렇게 올 수도 있어요"

그 이후 서버 담당자가 null값이 오는 케이스와, null이 아니지만 기타 세부 status 케이스에 대해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텍스팅 해줬다. 그럴만한 게... 시간은 이미 오후 8시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이 지난 뒤...


"종화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나는 반문한 뒤 한숨 한번 내뱉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서버로부터 null값이 왔을 때, 팝업을 해제하여 업무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 드리면 되는지? 그 부분을 결정지어 주셔야 업무가 되지요."


한참이 지난 후...


"해당 기능에 대해 서버 담당자가 알려준 기준대로, 언제까지 수정이 될지 일정을 픽스해서 알려주세요"

"네... 근데 서버에서 데이터가 안 오는데, 무슨 기준으로 판단을 하면 되는 건가요?"


 메신저를 보고, 안읽씹 하려다가, 결국 다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커뮤니케이터로 있는 건지... 한숨이 팍팍 나왔다.

게다가 지금 시간은 오후 9시, 사실 나는 이런 이슈가 있는 걸 인지하고, 금일 오후 6시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나였다. 어떤 대답을 그에게 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 차라리 나한테 급한 거면 전화라도 해서 설명을 듣던가...


 '가'팀의 a는,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이슈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나 같으면 서버 담당자를 통해 null값이 들어오는 경우의 수를 체크하여, 해당 서버 화면에서 configuration을 통해 null값을 없애는 노력을 하거나, 조금 더 정책 등을 잘 파악하여 null값이 서버로부터 오더라도, 큰 이슈가 없는 데이터니 나보고 null이 오더라도 프로그램이 동작하게끔 수정해달라는 이야기를 할 거 같다. 

 아울러, 서버 담당자, 즉 같은 회사에 '센'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한 a의 대화체를 보자, 전형적인 '약강 강약'의 사람이라고 나는 판단하게 되었다. 차라리 누구에게나 똑같이 강하지. 그러면 멋있다고 따를 수도 있는데...

 

 내가 군대에서 나 스스로도 깨달았던 한 가지 교훈은, "계급이 높다고 절대 리더가 될 수 없다"였다.

내 계급이 아무리 높고, 갑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을 서포트하는 사람들도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다. 자기가 믿을 만 한지, 믿고 따라갔을 때 나에게 시간적/금전적 이익이 있는 것인지를 모두 체크하고 따라가게 되어있다. 

 결국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다. 


 a본인이 IT와 전혀 무관 한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며 IT와 연관성이 짙은 일들이 계속 주어진다면, 다른 분야라 할지라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해 주어야만 한다. 

a가 null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몰라서 저렇게 얼을 타는 건지, 아니면 아는데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미 설명이 된 조건을 가지고도, 자신 있게 판단을 하여 명확히 order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을, 어느 누가 믿고 따라간단 말인가. 


 a에게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싶다. 본인이 역량이 안되면, 역량 되는 사람을 잘 격려해주며 함께 가라고. 되지도 않는 '계급의식'을 갖고 이렇게 대화를 이어간다면, 결국 본인이 원하는 Goal에 비슷하게는 가겠으나, 절대 Goal에 다가갈 수없다. 

 아울러 나 같은 사람과 다툴 생각 말고, '책과 싸워라'. 본인이 공부하고 와서, 나를 압도하기를 바란다. 그 정도 시간과 노력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어느 일을 하더라도 쉬이 이루어 지기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나는 a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브런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업무시간 이외에도 우리 팀의 잘못이 아닌, 정책적 문의사항에 대한 대응으로 내 귀한 시간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의 업무방식이 바뀔 거 같지 않다. 일 머리가 있는 사람은 사원이든, 고졸이든, 어르신이든 다 알아서 잘한다. 결국 a와 일하는 순간순간이, 앞으로도 고통스러워질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런 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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