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글을 쓰는 기준(1월 25일)으로, 어제는, 설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으나 사실 그런 건 머릿속에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역대급'으로 추웠다는 점이었다.
사실 집 안에서 난방을 약하게라도 틀어놓고 있으면, 추운 줄 모르겠다. Full로 난방하는 것도 아니고, 2시간마다 조금씩 온돌을 데워 바닥이라도 조금 달구어 놓으면 괜찮은 편이라 도시가스비도 너무 비싸고 해서 그렇게 난방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안 나가야지 하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냥 집에서 쉬게 하지 않는다. 휴식하고 있던 찰나에, 렌즈 직거래가 잡혀 집 앞에 지하철역까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밖이 너무 추워 매우 나가기 귀찮았으므로 무릎이 다소 늘어난 운동복 바지에, 결혼하기 전에 산 '샌프란시스코' MLB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은 패딩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중고거래를 무사히 마치고 춥다는 말을 입 밖으로 연발하며 불평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아파트 단지로 돌아오는 길에, '단정한 군인'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베레모 옆 뒤로 누가 봐도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칼, 손에는 군용 장갑을 착용하고 절도 있게 걸어가고 있는 그 군인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다른 부분들도 함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국무늬가 그려진 가방에는 '조교'라고 부착되어 있는 단정한 바느질 주기가 인상 깊었고, 전투화는 잘 손질되어 그의 걸음걸이를 더욱더 빛나게 해 주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창 나의 옛 군생활을 떠오르며 내가 돌아가야 하는 112동으로 들어가는 찰나, 그가 비상계단 쪽에서 멈춰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용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것이 들렸다. 그는 외모만 단정한 것이 아니었다. 전화받는 태도도 아주 반듯했다.
"충성, 네 저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oo, oooo ooo o ooooo"
"네, 감사합니다. 필요하신 거 문자 넣어주시면 복귀할 때 꼭 사가도록 하겠습니다."
"oo oooo oo o ooooo"
"네, 고맙습니다. 충성!"
그래.. 맞아. 저런 모습이 참 아름다운 모습인데..
어릴 적 내가 군생활을 할 때에도, 나는 저런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 당시 어깨에 '간부 뽕'이 오지게 들어가 있어서 그랬을 수는 있지만, 나는 간부가 되어 우스갯소리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대부분 별말하지 않았던 게 가장 좋았었다.
잠깐 장기복무를 꿈꿔봤지만, 군대와는 내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 전투화 손질부터, 전투복 다림질도 소홀히 했다. 부끄럽지만, 그게 '나름의 멋'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내 모습을 근무하던 동료들은 아마 나를 두고 '반듯하지 않다'라고 느꼈을 것이다.
조금 더 기억을 거슬러 학창 시절로 올라가 보면,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거지만 그 나이대 학생들은 '안 꾸며도 너무 이쁘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들은 아이돌을 보며 화장에, 염색에, 교복도 타이트할 정도로 줄여가며 '멋'을 부리기에 바빴다. 눈빛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어른' 코스프레를 한다고 반항심도 철철 넘쳤고,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학생들이 많았다. (나만 그랬나?)
나도 실내화 주머니를 학교 뒷통로 주변에 짱박아두고,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다니지 않고 허벅지 터질법한 쫄바지가 다된 교복바지에 두 손을 찔러 넣고 학교를 다니곤 했었다. 그땐 그게 '멋'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그런 학생을 보면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요새 들어서는 부쩍, 위에서 언급한 경우들처럼, 나보다 어린 청춘들이 각각의 성장 시기에 맞는 단정한 행동을 발견할 때마다, '너무 예쁜 순간이다' 라며 그 순간을 부러워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보다 더 연세를 드신 분들이 나를 바라볼 때, 위에서 언급한 '단정한 군인'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열심히 삶을 일궈가며 노력해... 야 되는데(?) 아직은 철부지 같다. 더 나이를 먹어야 단정해 질려나...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단정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