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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13. 2023

(하지) 말아톤

"여보, 선사마라톤? 그거 신청기간인데 일요일이네ㅠ 여보는 일 나가서 같이 못 뛰겠다."

"당신 혼자 다녀와야지 뭐... 몇 킬로 뛰게?"

"10km는 뛰어야 마라톤 아녀?"

"거기 코스가 그렇게 예쁘지 않고 울퉁불퉁해서 힘들 텐데..."

"10km는 이번에 뛰어보려고"


 일요일은, 내 와이프가 일을 나가는 날이다. 내 히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위에 이야기에서 '여보'와 '당신'이 차례로 남편, 아내로 치환이 되신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내가 생각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중 가장 큰 유산을 꼽으라면, '꾸준함'을 꼽을 수 있겠다.

습득 속도도 남들보다 느리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꽤 오래 버티면서 발전하는 재주가 있어왔는데, 작년에는 '사진 촬영을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면, 올해는 그것에 더해  '달리기'등과 같이 운동하는 것에 몰두를 하게 되었다.


 시작은, 아주 작은 계기. 바로 "스마트 워치 구매"였다. 

 어려서 시계욕심을 한번 내본 적이 있는데, 내가 군에서 전역하던 26살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조금 남자답고 예쁜 시계를 갖고 싶어 인터넷으로 그 당시 40만 원짜리 시계를 주문해서 차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시계는 몇 년 차다가 찬밥신세가 되었다ㅠ)


 그때 시계의 역할은 단순히 '시간보기'와 '패션아이템'이었다면, 현재의 스마트워치 상품들의 역할은 그에 더해 "피트니스 파트너"의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갖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다음부터, '운동'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와이프와 함께 5km를 달리면 정말 숨이 헉헉 넘어갈 정도로 힘이 들고, 내 목 아래에 있는 모든 지방과 살들이 함께 나와 춤을 추는 듯한 불쾌함(?)을 느꼈었는데, 달리기 등을 포함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시작한 지 3개월 여가 지난 지금은, 내가 느끼기에도 옆구리 살 정도 빼고는 이제 나와 함께 춤을 추는 지방과 살들이 많이 없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뛸 수 있는 기본 체력이 받쳐지게 되니 점차 운동이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스마트워치와 함께 매일 달리기, 혹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 날은 아파트 계단 오르기 왕복 4회 등을 반복하며 나의 운동기록을 이 기계에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그깟 활동 배지가 뭐라고... 그거 받겠다고 매일 운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것이 스마트워치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땀 흘린 시간과 장소, 그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감성적으로 잘 포장하여 기록해 주는 기능이, 내가 기존 손목시계를 구입하지 않고,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워치를 구입하게 된 가장 주요한 포인 트지 않나 싶다.


 그리하여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오히려 몸이 찌뿌둥할 정도로 습관이 된 거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가 와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면, 아파트 계단이라도 올라서 숨을 헐떡이고 땀을 배출해야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고는 있으나, 사실 10km 마라톤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여태껏 가장 '오래' 쉬지 않고 뛰어 본 것이 8km였으니, 그보다 2km를 더 뛰어야 하고, 현재는 5km 정도만 뛰는 대신 스스로의 기준으로 속도를 조금 빠르게 뛰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남들보단 한참 느릴 수 있다.)


 그렇다고 5km를 뛴다고 신청하고 싶지는 않았다. 5km는 지금도 충분히 뛸 수가 있는 거리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의 목표를 올려 10km에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정 뛸 수 없는 구간이 오면 걸어서라도 완주를 해야지 생각 중에 있다.


 이렇게 올해 9월 17일이 <나의 첫 마라톤 참가일>이 될 거 같다.

어려서부터 항상 체력이 좋지 않아 '키 크면 싱겁다'라는 무적의 논리로 많은 친구들이(특히 군대 동기생들) 나를 놀리곤 했는데, 올해 이 마라톤 참가를 기점으로, 내 인생에서도 또 다른 티핑 포인트가 생길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많이 무리하지는 않으련다. 의욕만 앞서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임신>만 안 했지 나는 홀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꾸준히 달리기를 지속하다 보니, 스스로 느끼기에 회복탄력성 및 인내심등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우연히 알고리즘이 이끌어 시청하게 되었던 유튜브 동영상의 어느 정신과 교수의 말이 요새는 정말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래 해당 영상의 문구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Mind controls Body가 아니라, Body controls mind입니다. 여러분 운동하세요." 

운동하기(30분) 링은 매일 채우는게 나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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