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Aug 21. 2023

거자필반 회자정리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에 대해 잘하고자 하는 욕심,  또 다른 하나는 '사람 욕심'이다.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인재에 대해서는 정말 어떻게 해서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그런 사람이 조직에 많아질수록, 서로 건전한 경쟁을 이루며 조직이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앞서 설명한 부분이 안 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즉, 자기보다 능력이 높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뻐꾸기 새끼처럼, 다른 새의 알을 둥지밖으로 밀어내는 사람들도 꽤 목격하곤 했다.


 그런 거에 비하면... 나는 나보다 잘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심은 없는 거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하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우리 인생사가 아니겠는가. 

나는 언제나 나하고만 경쟁하면 된다고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그간 썼던 브런치 글을 뒤져서,  재 계약 (brunch.co.kr)라는 약 2년여 전에 쓴 글을 오늘에서야 다시 링크를 걸게 되었다.


 저 글 중 '#1, 동료' 편에 썼던 분에 대한 분이, 오늘의 주인공이신 동료 A차장님이시다.



  동료 A는 그 이후, 조건이 더 좋은 업체로 가시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을 따지는 것은 아주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붙잡는다고 달라질건 없었지만,그래도 많이 붙잡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동료 A차장님은 다른 좋은 조건의 프로젝트로 옮기시게 되었고, 마지막 담배타임에 내가 따라가서 한 가지 부탁을 드렸던 게 기억이 난다.


"차장님, 가실 땐 가더라도, 나중에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시기예요?"

"알았아요...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 까."

"그럼요. 제가 이렇게 도움받았는데, 저도 어떻게든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서요"

 그러고는 업무 하시던 컴퓨터를 포맷 및 반출하시어 홀연히 내 곁을 떠나셨던 분이셨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동료 A를 대신하여 두 명의 개발자 분들이 투입되어 현재까지도 일을 함께하고 있다. 그간 삶이 척박하고 먹고살기 힘들어 동료 A에 대해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 카톡 진동이 울렸다. 


 진동이 울린다는 건, 평소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의 카톡이거나, 가족이거나, 내가 연락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총 3가지인데, 이번 카톡은 맨 앞의 경우였다.


"잘 지내요 빛담프로?"

"어어~ 잘 지내죠 A차장님. 어쩐 일이세요~"


 동료 A는 프로젝트를 나간 지 20개월 만에 연락을 하셨고, 그간 연락이 뜸했던 게 멋쩍으셨는지 아이이야기와 가족이야기를 곁들여 안부를 물어보셨다. 내가 거기서 정적을 깨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다.


"네네 차장님, 혹시 근데 어떤 일로..? 제가 도움을 드릴만한 게 있나요?"

"아... 그게, 내가 다음 달에 지금 있는 곳에서 계약이 만료가 돼서요"

"엇 그래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바로 확인해볼꼐요"


 A로부터 받은 도움을 꼭 어떻게든 갚고 싶었다. 카톡이 끝난 뒤, 빈 회의실로 들어가 곧바로 내 보스에게 전화해서 직접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봤다.

 

 보스는, 안 되는 건 아닌데 요새 인건비를 줄이라고 내부 품위를 강화해서 통과되기가 상당히 어려울 거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좀 도와주지... 자기가 개발할 거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는듯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번엔 함께 일하는 동료와도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분도 A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너무 아쉽다고 하며, 이런 조언을 건넸다.


"그러면,, 빛담프로님, 지금 일하시는 개발자 두 분께, 만족도조사? 빙의해서 향후에도 이 프로젝트에 Stay 할지 물어보는 건 어때요...?"

"둘 다 만족한다고 하면..?"


 동료는 그럴 경우엔 어쩔 수 없이 A에게 현재 자리가 없음을 통보해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남아있는 다른 동료들의 사기나 이런 부분들도 함께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나는 아쉽지만 그렇게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만족도조사(?)를 빙의해서 함께 일하는 개발자분들의 의중을 들어볼 수가 있었는데, "지금이 좋다"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사실 조금 떨떠름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교체까지도 검토해보려고 했는데, 두 사람 모두 지금 하는 업무와 방식에 만족을 표하셔서, 더는 뭐라 못하고 그냥 통화를 종료하게 되었다.


 

 나는 장문의 카톡... 을 쓰다가, 혹여나 실수로 엔터키를 눌러 전송될까 봐 황급히 지우고, 메모앱에 주저리주저리 죄송한 마음을 담아 글을 만들었다. '전체선택' 및 '전체복사'를 클릭하여 카톡에 전송버튼을 누르고, 죄짓는 마음으로 숫자 '1'이 없어지기를 기다렸다.


"차장님 죄송해요, 힘을 써본다고 했는데, 제 능력밖의 일이라서요... 제가 더 높게 진급해야 될 거 같아요..."

"에이 빛프로가 뭐가 죄송해요, 너무 아쉽다."

"제가 더 아쉽죠... 꼭 도움드리겠다고 큰소리만 쳐놓고, 정작 도움이 안 돼서요ㅠㅠ"

"괜찮아요 타이밍이 항상 맞지는 않으니까"


 더 타이핑을 하면 내가 더 미안할 거 같아서 맨 마지막 카톡에 느낌만 공감을 눌렀다. 그렇게 대화가 끊어졌다.

그래도 어려울 때 나에게 연락 주셔서 도움을 요청하신 A차장님께 감사하지만, 죄송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꼭 도움을 드리고 싶었었는데... 내가 그만큼의 권한이 없음에 아쉬움을 느낄 따름이었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아쉬움을 갖고, 내일부터는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평소처럼 행동할 생각이다.

현재 옆에 있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도 갖춰야 하는 거니까.


 다음에 A차장님과 함께할 기회가 있을까...? 열심히 각자 맡은 분야에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다시 합을 맞출 날이 있겠지. 

 그렇게 도움요청차 연락하신 A차장님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 그리고 도움 주지 못한 스스로의 대한 무력감이 감싸던 하루는 평소와 같이 빠르게 흘러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풍전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