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Feb 09. 2024

원래, 들어갈 때와 나갈 때는 다른 법

그땐 뭐든 다하겠다더니

"빛담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스물일곱의 나이, 약 1년여의 취업 준비 과정을 거쳐 '금 목걸이'를 받게 되었던 그날의 감격과 기쁨을 아직도 기억한다. 부모님께는 당당히 어깨 펴고 전화로 기쁜 소식을 전했으며, 친구들에게는 한턱이 아닌 두 턱도 내며 마치 '승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하였었다. 아울러, 부족한 점이 많은 필자를 받아준 회사에 '충성' 하겠다며 혈서까지 쓸 모양새였었다. 그땐 그랬었다.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건 뭐든지 할 생각이었다..


 합격 후 시간이 빠르게 흘러 나름 대기업(?) 답게 신입사원 연수를 몇 주간 진행한단다. 그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가 나를 책임져줄 건가 보다 라는 환상에 취하고, '뽕'을 맞게 된다. 물론, 사원들 연수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이를 매우 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때가 입사하고 맞게 될 '뽕'에 치사량을 넘어서는 가장 절정의 시기였던 것 같다.


 몇 주간의 웰컴 연수와 OJT 등을 거쳐, 우리는 '신입사원'으로서 각 부서에 배치된다. 그곳에서 웃음기 싹뺀 실무를 맡으며 내가 생각한 회사와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이런 잡무를 하러 들어온 게 아닌데..'. '회사가 해주는 게 별로 없는데?', '막상 들어와 급여를 받아보니 너무 적은데?' 등등의 우리 생각과는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잡무'와 관련해서는, 필자도 나름 연차가 쌓이다 보니 신입사원에게 잡무를 맡기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물론 당사자는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겠으나, 당장 코어 업무 혹은 실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러한 수명업무를 해 나감으로 인해 조직 내에서 그래도 '인적 리소스 절감' 측면에서의 기여라도 시켜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 당사자가 실무를 야무지게 시작할 때쯤이 되면, 슬슬 나눠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뒷부분에 예를 든 '처우'와 관련되어서는 본인이 다시 한번 냉철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입 사원'에게 업무적 결과물을 바라는 선배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경력직'에게도 당장의 퍼포먼스를 바라는 직원들도 크진 않은 시점에, 본인이 받는 신입연봉 혹은 보너스가 많고 적음을 불평하기엔 다소 무리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신입 1-2년 차 까지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신입 공채'로 이직을 하는 경우를 필자도 입사 동기들을 통해 자주 보던 광경이기는 하다. 필자가 하고픈 말은, 본인이 아직 회사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금전적인 부분의 처우를 불평하기엔 이르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건 나름 해피한 경우라 판단된다. 어디라도 입사를 하고 처우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푸른 꿈을 안고 자신이 이 거대한 기업을 바꿔보리라 선언하며 입사를 하였지만, 회사 내 수 많은 조직의 관성은 아마 상상이상으로 클 것으로 생각한다.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 업무를 배분해 주는 시스템보다는, 조직이 필요한 스펙에 맞춰 개개인들이 지원하는 식으로 인력 수급이 될 것이고 그 결과로 개인이 노력을 아무리 해도 좋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고, 기업입장에서 직원들이란 사실상 '잡은 고기' 이므로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처우를 해준다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우리가 받아가야 할 월급은 처량할 것이다. 


 이러한 몇 방의 충격들을 회사 다니는 중 본인이 겪게 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입사했을 때의 열정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개인의 실력향상과 평판 관리를 위해서는 본인이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회사가 돈을 안 주면,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로 이직을 위해 노력하는 편이 낫다. 아울러 회사에서 평가를 공정히 해주지 않는다 생각되면, 어떻게 하면 본인이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지 심도 있는 피드백을 받아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평가라는 부분은... 어느 일류기업을 가도 늘 있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객관화되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늘구멍을 뚫듯, 다들 어렵게 회사원이 된다. 처음 다짐할 때에는 합격 증서를 준 이 회사에서 충성을 다하겠다며 다짐하지만, 곧 현실적인 문제들과 직면하여 점차 그 충성과 열정이 식어 간다. 이런 당연한 순리를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실체가 보이는 것이고, 그것에 우리는 분명 실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조직, 어느 회사'를 가나 다 비슷비슷하다고 필자는 생각하므로, 지금 주어진 이 환경 내에서 본인이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들도 함께 진행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전 10화 돈을 벌어본 경험이 처음입니다 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