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렇게 빨리 이브를 들일 생각은 없었다. (원래 쪼랭이라는 이름인데, 크리스마스이브날 와서 '이브'로 정했다.)
아직도, 집에는 청소하다 보면 로라의 털 뭉치가 나오고 있었다. 로라를 보낸 슬픔은 생각보다 컸다.(당연한 존재는 없다 (brunch.co.kr)) 로라를 위해 추모의 시간을 갖고, 나중에 동물을 집에 들이 더라도, '구조'를 통해 우리 가족과의 인연을 강조하려 했었다.
그럼에도, 마음의 슬픔이 우리 가족을 덮어왔고, 결국 나와 우리 와이프는 새로운 반려동물과 함께 가정을 꾸려 가자고 결론을 짓게 되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나는 개도 길러보고 싶기는 한데, 은퇴해서나 길러야 할 거 같다.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큰집이어야 할 것 같고,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나와 와이프 모두 에너지가 그다지 없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포털사이트 동물 입양 코너에서 발견한 '쪼랭이'는 , 흡사 로라의 재림이라 해도 무방했다. 얌전한 몸놀림부터, 털색까지, 정말 로라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전에 기고했던 원고처럼, 우리 가족은 상의를 하고, 이전 로라의 낙상사고 이야기를 입양 담당자분께 말씀드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입양 담당자의 워딩이 정말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임보 자와의 상의를 거쳐, 쪼랭이가 혹시나 집 밖을 나갔을 경우,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어, 우리 부부는 부랴부랴 문 앞에 방묘문을 설치했다. 추가로, 임보 자 또한 우리 가족을 보고 싶다고 하여, 퇴근 후 임보자 댁에 직접 모두 찾아 가서 쪼랭이를 먼저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직접 만나본 쪼랭이는 생각보다 더욱더 예뻤고, 우리 가족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보 자와 입양 담당자 모두, 쪼랭이 입양처로 우리 가족을 '선택'해 주셨다. 이 글을 읽어 보실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감사하고 쪼랭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
낙상사고, 혹은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방묘문을 설치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입양 담당자는 직접 임보 자 댁에서 쪼랭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모셔다 주셨다.
"쪼랭이가, 아마 겁먹었을 거예요.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네, 그럼요. 저희도 길러봐서 알아요. 어서 마음을 잘 열 수 있도록, 저희가 배려하겠습니다."
그렇게 쪼랭이는 이브날 왔다고, 우리끼리 '이브'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인 이브는 지금 글을 쓰는 이제야 조금 마음의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래서 고양이랑 친해지려면 늦게 자야 하는가 보다.
어제까지만해도 숨숨하던 이브, 지금은 글 쓰는 데 골골송도 들려주고, 살짝 바이트도 하고 간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앞의 물음표와 느낌표는 우리 가족의 고민이 잘 담겨있다. 이브는, 로라 대신 우리집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브를 더 좋은 환경에서 책임지기 위해 데려왔고, 고양이 별로 아쉽게 가 버린 로라가 이브에게, 잘 설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이브가 즐겁고 행복하게 우리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외형과 성격 모두 로라와 너무나도 닮은 우리 이브, 나는 로라도 잊지 못하지만, 이브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 가족과 묘연이 닿은, 이브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고양이 언어로 해주고 싶다.
"잘 맞춰 가보자 이브, 우리 곁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 좋은 날만 만들어 가자 꾸나."
힘들었을 길 생활, 잘 버텨줘서 고맙다. 이제 연이 닿았으니, 우리 가족과 즐거운 일만 가득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