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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1. 2021

뜻밖에 감동

반가움은 뜻밖의 곳으로부터

6시 넘어서 의례 밥을 먹고 집에 가곤 한다. 큰 이유는 없다. 저녁을 빨리 먹어야 조금이라도 살이 덜 찌는 것도 있고, 저녁 어정쩡하게 안 먹고 집에 가서 먹겠다고 하다가 폭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6시부터 7시까지 저녁을 준다.(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밥 먹으러 내려오기 전에 짬이 나서 인스타 그램에 포스팅을 완료하고 천천히 좋아요 수 올라가는 추이와 댓글을 살펴보았다. "역시 이번 포스팅도 망이구만... 에효" 하고 있었다. 내용은 별거 없고 그저 경주 황리단길 골목에 대한 예쁘고 평범한 사진들의 내용이었고, 발이 다친 것을 아쉬워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카톡"

그때였다. 밥을 담고 식당으로 내려와서 친구 J로부터 메시지가 온 것이다.

"발 좀 괜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젊은애가 뭘 맨날 아파"

'J님께서 홍삼 세트를 선물하셨습니다.'

"야이 뭘 이런 걸 보내, (나도 답례해야 하잖아ㅠㅠ)"

"건강해라"

너무 뜻밖에 카톡이었다. 내 인스타 그램 글을 보고 선물을 주다니... 츤데레 같은 녀석.

사실 대학 친구인 J랑 만나본지는 4년이 넘은 거 같다. 그럼에도 카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소통하고 지내왔는데, 이렇게 뜻밖에 선물을 받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뭐라도 답례해야 할거 같았다.


"사진 언제 찍으러 갈까?" 내가 물어봤다. 둘 다 나름 고가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J가 더 비싼 장비충이다. "이번 주 어때?" "나 발아 파서 이번 주까지 쉬어야 데... 다음 주 어떠니?" "토요일 어때?" J가 물었다. "나 독박 육아해서 토요일 안돼ㅠㅠㅠ"지루한 일정 조율이 이어졌지만 내가 말을 끝냈다.

"야 됐고 사진 말고 그냥 고기나 뜯자. 잠실로와" "콜, 이번 주 금요일 어때?" "ㅇㅇ와라, 내가 사줄게"

뜻밖에 감동을 받은 내가 선물할 수 있는 최선의 고민이었다. 고기라도 사주고, 얼굴 좀 보고 옛 추억에 빠지고 해야겠다.


 나는 더 뜻밖의 사건에 더 애틋함을 느낀다.

포스팅 글을 보고 나에게 선뜻 선물을 해준 녀석, 고맙고 참 고마운 일이다.

이번 주 금요일은 시간 비워놔야겠다. 녀석과 함께 소주 한잔에 삼겹살 기울이며 옛날 에피소드 하드 털이나 해야겠다.


"예측하지 못하는 인생의 이벤트들, 그 속에서 감동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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